정부가 아프가니스탄인 380여명을 국내로 이송하기로 결정하면서 난민 수용 문제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2018년 제주도에 예멘인 561명이 무(無)비자로 입국한 것을 두고 ‘난민 수용 찬반 논쟁’이 일어난 것과 비슷한 양상이다.

한국 정부와 협력한 아프가니스탄인 국내 이송작전이 시작된 가운데 25일 카불공항 인근에서 한국의 우방국 병사가 외교관과 함께 한국행 아프간인을 찾고 있다./외교부 제공

아프가니스탄인들은 한국에 도착하면 충북 진천에 있는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 머물 예정이다. 이곳은 지난해 코로나 발생 초기 중국 우한 교민들이 머물렀던 곳이다. 충북 진천 지역 주민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진천 지역 맘카페 등에는 ‘왜 또 진천이냐’ ‘딸 가진 입장에서 아이들의 안전이 걱정된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송기섭 진천군수는 25일 오전 덕산읍 충북혁신도시출장소에서 주민간담회를 열고 “인도적 차원에서 지역 주민들이 정부 결정을 수용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온라인에서도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24일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는 “난민 받지 말아 주세요”라는 글이 올라와 하루 만에 2만여명이 동의했다. 같은 날 “아프간 난민들에게 국경을 열어주세요”라는 청원도 올라왔는데 25일 오후 4시 기준으로 965명이 동의했다.

난민 수용에 찬성하는 사람들은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도와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내 난민옹호단체 모임인 난민인권네트워크는 25일 “수백명의 목숨이 달려있는 난민 지원은 ‘하기 싫은 숙제’여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선 “따뜻하게 안아줍시다” “국격에 걸맞은 조치” 등의 반응도 나왔다. 반면 “이슬람교도들이 대거 들어온다니 걱정이다” “세금으로 먹이고 재우고 한다는 것이냐” 등의 반대 의견도 있다. 박성제 변호사는 “아프가니스탄은 우리나라와 다른 종교·문화적 배경을 갖고 있기 때문에, 결국 이들과 같이 살아야 하는 일반 국민들 사이에서 반대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라고 했다.

정치권에서도 찬반 의견이 나왔다. 정의당 장혜영 의원은 “아시아 최초로 난민법을 제정한 대한민국이 해야 할 역할이 있다”고 했다.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은 “우리나라에 협력했기 때문에 데려온다는 아프간인 가운데 탈레반과 연계된 자가 없다고 확신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