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16일 오전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서울시 바로세우기 가로막는 대못' 관련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오세훈 서울시장이 16일 박원순 전 시장 시절부터 시작된 민간 위탁 등 문제에 대해 “안타깝게도 당장 시정 조치를 하는 것이 쉽지 않다”며 “전임 시장이 박아놓은 ‘대못’ 때문”이라고 밝혔다.

오 시장은 이날 ‘서울시 바로세우기 가로막는 대못’이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통해 “시 전체 민간위탁, 보조사업 중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는 민간위탁 9개 분야, 민간보조 12개 분야를 살폈다”며 “2021년에만 민간위탁은 45개 단체(중복제외)에 832억원이 집행됐고, 민간보조의 경우, 842개 단체(중복제외)에 328억원이 지원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또 “올해 1월부터 현재까지 약 9개월간 민간보조금과 민간위탁금으로 집행된 금액만 1160억 원에 이르고, 지원을 받은 단체도 887곳이나 된다”고 했다. 이를 통해 지난 10년간 1조원이 넘는 예산이 낭비됐다고 추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날 발표는 지난 13일 오 시장이 “10여 년간 시민 혈세로 유지되는 서울시 곳간이 시민단체 전용 ATM(현금인출기)으로 전락해갔다”며 “서울시에 뿌리박힌 비정상적인 예산 낭비 관행을 정상화하고, 앞으로 단 한 푼의 세금도 허투루 쓰이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발표한 지 사흘 만이다.

하지만 오 시장은 이 같은 서울시의 예산 낭비를 박 전 시장 시절 만든 시민단체에 대한 보호막 때문에 당장 시정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오 시장은 “잘못된 것을 바꿀 수 없도록 조례, 지침, 협약서 등 다양한 형태로 시민단체에 대한 보호막을 겹겹이 쳐놓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종합성과평가를 받은 기관은 같은 해에는 특정감사를 유예해주도록 한 규정’ ‘수탁기관은 바꿔도 사람은 바꿀 수 없도록 한 규정’ ‘각종 위원회에 시민단체 추천 인사를 포함할 수 있도록 한 규정’ 등을 문제 삼았다.

오 시장은 “종합성과평가를 받은 기관은 같은 해 위법이 의심되는 점이 발견돼도 시 감사위원회가 즉시 감사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속수무책으로 잘못을 덮고 은폐할 시간을 줄 수밖에 없다”며 “비리, 갑질, 성폭력 등 심대한 문제로 시민 민원이나 내부고발이 있어도 즉시 감사할 수 없다”고 했다.

수탁기관이 바뀌어도 고용승계를 유지해야 하는 규정에 대해서는 “사업 실적이 매우 부진하거나 각종 문제를 일으켜서 사업권을 박탈당해도 대부분의 직원들이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고 자리를 지킬 수 있도록 했다”며 “이런 특권은 누구를 위한 것이며, 도대체 어디에서 온 것이냐”고 했다.

오 시장은 “수탁기관을 선정하는 적격자 심의위원회는 물론이고, 보조금 단체를 선정하는 위원회까지 시민단체 출신들이 자리를 잡고, 자기편, 자기식구를 챙기는 그들만의 리그가 생겨났다”고 했다.

그는 “일부 수탁기관들은 피 같은 시민의 세금을 아끼기는커녕, 오히려 세금을 쓰는 것을 자신의 권리로 착각하고 있었다”며 “이와 같은 체계화된 ‘대못’ 시스템이 10여 년간 지속돼 왔다니 참으로 개탄스러울 따름”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