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후 전남 함평나비휴게소에서 파리바게뜨 빵을 운송하던 대체 화물차에, 운전자가 자리를 비운 사이 수상한 남성이 접근하고 있다. /전남지방경찰청

파리바게뜨 배송 대체 기사가 운전하는 화물차의 연료 공급선이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고의로 잘린 사건이 발생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경찰은 “파업 중인 민노총 조합원의 범행일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22일 전남 함평경찰서에 따르면, 화물차 운전기사 A씨는 지난 17일 오후 1시 56분쯤 함평군 무안광주고속도로 함평나비휴게소(무안 방향)에서 “누군가 내 화물차 연료 케이블을 잘랐다”며 고속도로 순찰대에 신고했다. 경찰이 출동했을 때 A씨의 2.5t 화물차 아래쪽 연료 공급선이 날카로운 도구로 잘려 있었고, 바닥에는 새어나온 연료가 흥건했다.

대체 배송 화물차 연료 공급선이 절단된 모습. /연합뉴스

A씨는 이날 오후 1시쯤 광주광역시 광산구 호남샤니 광주공장에서 물품을 싣고 출발했다. 호남샤니 광주공장은 SPC그룹이 생산한 파리바게뜨 제빵 제품을 광주·전남 지역으로 배송하는 물류 기지다. 방범카메라(CCTV) 영상에는 용의자 B씨 등 3명이 탑승한 차량 2대가 A씨 차량을 뒤쫓는 장면이 담겼다고 한다. 경찰이 공개한 휴게소 주차장 CCTV 영상에는 A씨가 자리를 비운 사이 B씨가 주위를 살피며 A씨 화물차 뒤편으로 다가가는 장면이 나온다. 경찰은 B씨가 6초가량 A씨 차량 뒤편에 머물 때 연료 공급선을 자른 것으로 보고 있다. 이후 B씨는 휴게소에 함께 들어온 다른 승용차를 타고 현장을 떠났다. 경찰은 조직적으로 계획된 범행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용의자 3명의 신원을 확인했고, 23일 출석을 요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민노총 관계자는 이 사건에 대한 입장을 묻는 본지에 “인터뷰하지 않는다”며 전화를 끊었다.

A씨가 연료 공급선이 잘린 것을 모르고 차량을 운행했을 경우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고속 주행 중 연료가 떨어져 시동이 꺼지면 브레이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민노총 화물연대는 지난 15일부터 전국 각지의 파리바게뜨 매장을 상대로 운송 거부 파업을 벌이고 있다. 광주·전남 지역에서 이달 초 파업을 시작했지만, 민노총 지도부가 연대 파업을 결정하며 전국적으로 확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