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디자인재단 이사장에 권영걸(70) 서울예고 교장을 내정했다. 서울디자인재단은 공공사업을 포함, 도시 디자인 사업을 총괄하고 중장기 도시 디자인 정책을 연구하는 서울시 산하 기관이다. 연간 예산이 500억원에 육박한다. 서울대 미대 학장을 지냈고 국내 공공 디자인 분야 권위자로 꼽히는 권 내정자는 10여 년 전 오세훈 1기 서울시에서 초대 디자인재단 이사장을 지내며 ‘디자인 서울’ 프로젝트를 지휘했다. 2007년 서울시 디자인서울 총괄본부장(부시장급)을 맡았고, 2009년부터 3년간 디자인재단 이사장을 지냈다. 그를 재기용하는 데는 서울 도시 디자인 정책을 다시 부활하겠다는 오 시장의 뜻이 반영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26일 서울시에 따르면, 권 내정자는 서울시 임원추천위원회와 결격 사유 조회 등을 최근 통과했다. 오 시장의 최종 승인만 남은 상태로, 조만간 공식 임명될 것으로 알려졌다. 권 내정자는 서울의 랜드마크로 꼽히는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와 고척스카이돔 등을 추진했다. 한강 접근성 개선과 생태 정비, 문화·관광시설 조성 등을 골자로 한 ‘한강 르네상스’를 주도하는 등 200여 프로젝트 디자인을 총괄했다.
하지만 박원순 전 시장은 취임 이듬해인 2012년 “디자인 서울이라는 화려한 기치 아래 많은 고통의 현장이 가려져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권 내정자는 본지 통화에서 “디자인 서울의 정신이 박 전 시장 때 ‘오세훈 지우기’ 일환으로 고의적으로 훼손돼 서울의 도시 미관이 무질서해지고 누추해졌다”며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서울의 도시 디자인을 되살리겠다”고 말했다. 그는 “박 전 시장은 2011년 완공한 한강 세빛섬을 2년 넘게 영업하지 못 하게 만들어 오 시장이 쓸데없는 데 돈을 낭비한 것처럼 여론을 조성했다”며 “세빛섬은 지금 누적 방문객이 1000만명에 달한다”고 했다.
권 내정자는 서울시의 ‘지천 르네상스’ 프로젝트에서도 중책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오 시장은 지난 15일 ‘서울비전 2030′을 발표하면서 서울 시내 70여 개 지천과 하천, 실개천 등 수변 공간을 중심으로 도시 생활공간을 재구성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