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대, 성신여대 등 총 52개 대학이 탈락해 논란이 됐던 교육부의 대학 기본역량진단이 1일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부실 평가” 지적을 받으며 도마 위에 올랐다. 앞서 지난달 교육부는 기본역량진단 평가 대상 대학의 73%인 전국 233개 대학을 일반 재정 지원 대상으로 선정했다. 이 대학들은 내년부터 2024년까지 교육부의 대학혁신지원사업을 통해 학교당 연평균 48억원(전문대는 37억원)을 3년간 지원받을 전망이다. 올해 예산은 일반대는 총 6951억원, 전문대는 총 3655억원 등 1조원에 달했다. 탈락 대학들은 “평가자 주관이 개입되는 정성(定性) 평가가 당락을 좌우해 미선정 대학을 부실 대학으로 몰아넣었다”며 행정소송 등을 준비 중이다.

이날 국감에서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일부 대학이 허위·과장 내용이 담긴 보고서를 제출해 교육부 기본역량진단을 통과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 5월 국민권익위가 학생 지도비 94억원을 부당 집행한 10개 대학을 적발했는데, 이 대학들이 모두 교육부 기본역량진단을 통과했다는 것이다. 예컨대 한 대학은 ‘재학생 멘토링 확대’를 기본역량진단에서 진로 심리 상담프로그램의 우수 사례로 제출했는데, 권익위 조사에선 실제 상담 실적을 증빙할 자료가 없고 이행 여부가 불확실해 교직원들이 20억원을 부당하게 수령했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또 다른 대학은 카카오톡으로 건강 상태 안부를 물은 것을 ‘학생 상담 성과’라고 포장했다”며 “이런 문제들이 교육부 진단에 반영되면 선정 결과가 뒤바뀔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일부 대학이 기본역량진단 보고서에 멘토링 등을 기재했지만, 권익위가 적발한 학생지도비와 일치하는 내용은 아니다”라며 “11월에 확정되는 학생 지도비 관련 감사 결과를 보고 허위 과장 자료 제출이 확인되면 조치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날 본지가 기본역량진단 대상 대학 전체 점수표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4년제 일반대 커트라인은 88점(100점 만점) 안팎으로 추정된다. 통과한 대학 가운데 가장 낮은 점수와 탈락한 대학의 가장 높은 점수 간 차이는 약 0.1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명이 담긴 학과 점퍼 800여 벌을 학교 대강당 의자에 걸어놓고 항의 시위를 벌인 인하대는 87.612점으로 0.5점 이내 차이로 탈락했다.

기본역량진단은 전체 점수 중 정성 지표 비율이 48%에 달해 평가자 주관에 의한 평가로 탈락 여부가 갈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표당 점수를 평가위원 15명이 매긴 뒤, 최고점과 최저점을 뺀 13명의 점수를 평균해 소수점 셋째 자리까지 나오는 평가 결과로 지원금 140억원이 좌우되는 것이다.

대학들은 이번 평가가 3년 전과 달리 몇% 범위로 뽑을지 미리 공표하지 않고 자의적으로 73%를 뽑은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직전(2018년) 평가에선 사전에 공표했지만 이번에는 결과 발표 때까지 알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황홍규 전 대교협 사무총장은 “일부 대학만 선정하는 차별적 지원을 하려면 선정 기준과 비율을 사전에 공표해야 하는데 교육부는 자의적으로 73%를 결정했다”면서 “교육부의 재량을 넘는 위법한 행정 행위”라고 했다.

대학들은 법적 근거도 없고 전국 대학을 획일적 기준으로 줄 세우는 기본역량진단을 폐지하거나 대폭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교육부 진단평가 준비에 학교 행정이 1년 이상 집중되고, 회계법인이나 컨설팅 업체에 거액을 주고 보고서 작성을 의뢰하는 등 부작용이 많다는 것이다. 지방의 한 대학 총장은 “학교 규모에 따라 2억원 안팎 컨설팅비를 내고 기본역량진단 보고서 작성 컨설팅을 받는 대학이 꽤 있다”며 “재정이 열악한 지역 대학은 평가에 여러모로 불리한 구조”라고 했다. 윤영덕 민주당 의원이 전국 일반대학 48곳과 전문대학 99곳 등 147곳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 따르면, 일반대학 84%, 전문대 80%가 ‘현재 방식의 대학 기본역량진단을 유지해선 안 된다’고 답했다. 22개 대학은 비용을 내고 외부 컨설팅을 받았다고 했고, 이 가운데 절반(11교)은 5000만원~3억원을 지불했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