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인근 세종로공원에 5평 남짓한 크기의 흰색 천막이 설치됐다. 천막 바깥에는 ‘조건 없는 시간 규제 철폐, 조건 없는 인원 제한 철폐, 온전한 손실 보상’이란 문구와 함께 까만색 근조 리본이 붙어 있었다.
이 천막은 이날 오전 3시 10분쯤,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관계자들이 세운 것이다. 김기홍(34) 비대위 공동대표는 이날부터 천막에서 숙식하며 ‘무기한 농성’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자영업자들이 쓰러지고 있는 상황에서 방역 지침의 개선과 온전한 손실 보상을 요구하기 위한 것”이라며 “경찰, 구청과 마찰을 피하기 위해 새벽에 천막을 설치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천막 안에는 전국 각지의 자영업자들이 응원의 뜻으로 보낸 모기향과 비타민·박카스 음료수 박스 등이 놓여 있었다. 천막을 함께 지키고 있던 자영업자 김영민(47)씨는 “경기도 성남시에서 PC방을 운영하는데, 코로나 영업 제한 때문에 애들 학원도 못 보내고 대출만 알아보고 있다”며 “폐업 비용 2000만원이 없어 폐업도 못 하는 상황에서 가만히 앉아 있을 수만은 없어 여기 나온 것”이라고 했다.
이날 비대위는 농성 돌입과 함께 “2년째 자영업자를 옥죄는 행정명령만 반복하며 보상에는 미온적인 정부를 더 이상 신뢰할 수 없다”며 “오는 15일 방역 당국 발표에 자영업종에 대한 고심의 흔적이 없다면, 20일 총궐기를 통해 선(善)했던 자영업자들이 불타오르는 광경을 똑똑히 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비대위는 대규모 시위보다는 전국 자영업자들의 ‘QR코드 인증 거부’와 같은 방식을 고려하고 있다.
이날 민노총 사무실이 있는 서울 중구 정동 경향신문사 사옥 앞에서도 자영업연대 이종민(36) 대표의 1인 시위가 진행됐다. 이 대표는 지난 6일부터 이틀에 걸쳐, 민노총이 오는 20일 강행하겠다고 밝힌 110만명 규모의 총파업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그는 “총파업은 자영업자의 목숨을 담보로 하는 것”이라며 “위드 코로나를 앞둔 시기에 민주노총이 대체 무엇을 위해 총파업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민노총은 이날 사무실에서 ‘총파업 선포 기자회견’을 열고 총파업을 강행하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윤택근 민노총 수석부위원장은 “오는 20일 불평등과 양극화 해소, 사회 대전환을 위한 총파업에 나선다”고 했다. 이번 파업에는 각 부처 공무원·교사 등 공공 부문 근로자를 비롯해 금속·건설·공공운수 노조 등이 대거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민노총은 자영업자들의 반발에 대해 “이들(자영업자)에 대한 대책은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며 “자영업자들과 우리(민노총)의 상황이 다르지 않다”고 주장했다.
민노총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이종민 자영업연대 대표는 “파리바게뜨 자영업자분들에게 피해를 줬던 게 민노총 아니냐”며 “이들이 함부로 자영업자의 이름을 갖다 쓰는 데 불쾌감을 느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