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서해 최북단 해상에서 어업 지도 활동 중 실종됐다가 북한군에게 피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의 유족이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1인 시위를 했다. 공무원 이모씨가 피살된 지 1년이 지났지만 해양경찰청은 여전히 월북(越北) 여부와 관련한 수사를 진행 중이고, 법적으로도 그는 아직 ‘실종 상태’다. 장례조차 치르지 못한 유족들이 참다 못해 청와대 앞에 선 것이다. 이날은 지난해 10월 문재인 대통령이 공무원의 아들 이모(18)군에게 “(사건을) 직접 챙기겠다”는 편지를 보낸 지 1년째 되는 날이었다.
실종 공무원의 아내 권모(42)씨는 “대통령님이 아들에게 ‘항상 함께하겠다’ ‘직접 챙기겠다’고 약속하는 편지를 보낸 지 오늘로 1년이 됐다”며 “아들은 대통령님 약속을 한 줄기 희망처럼 여기며 믿고 기다렸지만, 1년이 지나도록 진실 규명과 명예 회복에는 한 발짝도 다가서지 않고 있다”고 했다. 이어 “약속의 무게는 너무나 가벼웠고, 대통령이 침묵하는 동안 한 가정은 무너졌다”며 “사건을 묻어버리기 위한 침묵이 아니라면 억울하게 아버지를 잃은 고등학생과의 약속을 잊으신 건 아닌지, 지금이라도 약속을 지켜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했다.
권씨가 든 피켓에는 최근 인기를 끈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을 본뜬 ‘월북 게임’이란 문구가 담겼다. 그는 “오징어 게임은 픽션(허구)이지만, ‘월북 게임’은 논픽션(실화)”이라고 했다.
유족 측은 이날 1인 시위에 앞서 기자회견을 갖고 “해양경찰청장을 고인과 유족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유족 측 김기윤 변호사는 “해경은 고인의 채무 액수를 상당히 부풀려 발표한 것도 모자라, ‘정신적 공황상태’라는 객관적 자료에 근거하지 않은 표현을 썼다”며 “지난 7월 해경청장과 간부들을 상대로 922만원(고인의 사망 날짜와 같은 숫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며 ‘해경이 사과하면 취하하겠다’고도 밝혔지만, 아직까지 제대로 된 사과가 없었다”고 했다. 이날 기자회견장을 찾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진상이 규명되는 그날까지 함께하겠다”며 유족을 위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