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박원순 전 시장 재임 시절 추진한 ‘시민참여형 평화통일 교육 사업’ 중에는 북한을 일방적으로 미화한 내용이 많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강사들이 북한 김정은과 김여정을 미화하거나, 북한의 천안함 폭침을 부정하는 내용도 있었다. 이 사업은 시민단체가 주도하는 평화와 통일 관련 프로그램을 발굴하고 지원해 이를 확산하겠다는 취지로 서울시가 2016년부터 시작한 사업이다. 이 사업에 참여한 민간단체는 2016년 8곳에서 올해 35개까지 늘었고, 지금까지 투입된 예산은 31억원이다.
12일 본지가 이 사업에 참가한 단체의 사업계획서와 실적 자료 등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 지난해 서울시 보조금 1282만원을 받은 A 단체는 북한을 편드는 내용이 담긴 통일 강의 동영상을 만들어 유튜브에 올렸다. 영상에 등장하는 강사는 “전 세계가 북조선의 김정은·김여정·리설주 등 30대 세 명을 놓고 눈치를 보고 있다”며 “세 사람은 주체사상을 지키면서도 자본주의 시스템을 안다”고 했다. 북한의 개성공단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에 대해서는 “북조선이 남한에 보복한 게 아니고 국제사회 제재에 대한 경각심을 준 것”이라고 했다. 이 강사는 북한을 계속 ‘북조선’이라고 지칭했다. ‘서울시 제작 지원을 받아 제작했다’는 설명이 달린 이 동영상은 총 6개로, 각각 15분 안팎 길이였다.
지난해 보조금 1636만원을 받은 B 단체가 진행한 시민 강좌에는 북한의 천안함 폭침을 부정하는 내용이 담겼다. 강사로 나온 시민단체 인사는 천안함 폭침이 북한 소행이라는 것에 대해 “한마디로 공상과학 소설”이라며 “최강의 한미 군대가 연합훈련을 하는데 북한의 잠수함이 와서 폭격을 가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고, 언젠가는 밝혀야 할 사건”이라고 했다.
보조금을 받았지만 실제로는 남북 교류와 관계없는 교육을 진행한 경우도 다수였다. C 단체는 지난해 ‘스포츠를 통한 평화 교육 코치 트레이닝’을 하겠다며 2600만원을 타냈지만, 대학생 축구 코치를 양성하고 어린이 축구 교실을 진행하는 데 보조금을 썼다. 시민 사진기자를 양성하겠다며 지난해 2000여 만원을 받은 D 단체는 강의 대부분을 일반적인 사진 실습 과정으로 구성했다. 이런 문제가 있었는데도 이 단체들은 올해 보조금 지원 사업에 또다시 선정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후 평가를 했지만 세부적인 교육 자료 내용까지 구체적으로 들여다보지는 못했다”고 했다.
지난달 서울시 남북교류협력위원장에 임명된 뒤 이 사업 진행 상황을 점검한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통일 교육을 북한을 지지하거나 미화·동조하는 활동을 하는 것으로 오해해 추진된 사례가 상당수였다”며 “진보 성향 시민단체들의 친목 활동 수준에 불과한 경우도 비일비재했다”고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앞으로 이 사업을 북한 이탈 주민의 안정적 정착을 위한 사업 등 실효성 있는 내용으로 바꿔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