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MBTI 유형을 소개하고, 이를 기반으로 자신의 장단점을 사례를 들어 소개하시오.”

종합식품기업 아워홈은 지난 5일부터 대졸 신입 사원 공개 채용을 진행하면서, 자기소개서 3개 문항 중 하나로 이런 질문을 넣었다. 서울 노원구에 사는 취업 준비생 김모(29)씨는 “MBTI가 친구들 사이에서 유행이라는 건 알았지만, 공채에서까지 물어볼 줄은 몰랐다”며 “자기소개서에서 MBTI를 물어보니 이제 검사도 하고 공부도 해야 할 판”이라고 했다.

성격 유형 검사의 하나인 MBTI가 단순한 유행을 넘어 하나의 사회현상으로 자리 잡고 있다. MBTI는 고안자의 이름을 딴 ‘마이어스(Myers)-브릭스(Briggs) 유형 지표(Type Indicator)’의 줄임말이다. 네 가지 영역에서 상반된 두 가지 성향 중 어느 쪽을 선호하는지에 따라 16가지 성격 유형 중 하나로 분류한다. 외향형(E)과 내향형(I), 감각형(S)과 직관형(N), 사고형(T)과 감정형(F), 판단형(J)과 인식형(P) 중 하나씩을 따 ESTJ, INFP와 같은 식으로 성격을 정의하는 것이다. 기성세대들이 ‘A형은 소심하다’처럼 혈액형별 특징을 공유했다면, 2030세대는 ‘ENFP 유형은 발랄하지만 시끄럽다’는 식으로 유형별 특성을 공유하며 재미를 찾는다. 그런데 최근엔 단순한 재미를 넘어 취업에도 MBTI가 활용되기 시작한 것이다.

한 공기업은 지난해 ‘MBTI 유형별 공공기관 공략법’이라는 영상을 만들어 유튜브에 올렸고, 대학들도 MBTI 유형에 맞춘 직무 탐색 프로그램 등을 내놓고 있다. 한 IT(정보기술) 기업의 인사팀 직원은 “면접 때 분위기를 풀기 위해 지원자들에게 ‘MBTI가 어떻게 되느냐’고 물어봤다”고 했다.

이런 현상에 대해 이동귀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젊은 세대에게는 자신과 타인에 대해 더 잘 알고 싶어하는 욕구가 있다”며 “사람의 성격을 쉽고 재밌게 풀어서 설명해주는 MBTI는 젊은 세대의 이런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좋은 수단”이라고 했다. 한국MBTI연구소 김재형 연구부장은 “MBTI는 개인을 이해하는 하나의 도구가 될 수는 있지만, 같은 MBTI 유형이라도 환경·연령대·발달과정 등에 따라 서로 다른 성격을 갖게 된다”며 “MBTI를 무조건적으로 받아들이거나, 개개인에게 꼬리표처럼 붙이는 건 피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