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와 영국의 글로벌 대학평가기관 QS(Quacquarelli Symonds)가 공동으로 실시한 ‘2021 아시아 대학 평가’에서 우리나라 대학들이 2년 연속 10위 안에 들지 못했다. 국내 최고 순위도 아시아 13위로 작년보다 2계단 내려앉았고, 서울대는 18위까지 떨어졌다. 한국 대학의 77%는 지난해보다 순위가 내려간 것으로 집계됐다. 2009년 아시아 대학 평가가 시작된 이래 최악의 성적표다.

고려대 서울캠퍼스 본관

2일 발표된 올해 ‘아시아 대학 평가’ 결과에 따르면, 고려대가 13위로 국내 대학 가운데 최고 순위로 나타났다. 한국 대학 최고 순위가 아시아 13위에 그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14년 2위까지 올랐던 카이스트는 올해 14위로 내려갔고, 같은 기간 서울대는 4위에서 18위까지 밀려났다. 두 학교 모두 역대 가장 낮은 순위다. 아시아 50위 안에 든 한국 대학은 고려대·카이스트·연세대(16위)·성균관대(17위)·서울대·한양대(24위)·포스텍(26위)·경희대(39위) 등 8곳이다. 이 가운데 작년보다 순위가 오른 대학은 1곳뿐이다. 반면 4년 연속 아시아 선두를 지킨 싱가포르국립대를 비롯해 베이징대(2위)·홍콩대(4위)·말레이대(8위)·도쿄대(11위) 등 싱가포르·중국·홍콩·말레이시아·일본 대학들이 우리보다 앞섰다. 7년 전만 해도 아시아 10위 안에 3개 대학을 올리며 선두를 노리던 한국이 아시아 2류 대학으로 주저앉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 대표 대학들 순위 하락 추세는 2017년부터 두드러지고 있다.

학계에서는 한국 고등교육의 경쟁력 추락이 대학을 옥죄는 정부 규제와 혁신을 외면한 대학의 현실 안주가 맞물려 총체적 위기로 현실화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13년째 계속된 등록금 동결은 대학의 정부 재정 지원 의존을 심화했고, 정부의 대학기본역량 평가는 획일화된 기준으로 전국 대학을 한 줄로 세워 학문의 자율성 등 연구 활력을 떨어뜨렸다는 것이다. 서울의 한 대학 부총장은 “정부가 감사(監査)를 내세우며 대학 통제를 강화하는 경향이 심해져 대학 사회가 전반적으로 위축돼 있다”고 했다. 정부 지원이 잘하는 대학을 독려하기보다는 지역 안배 등 나눠주기식에 그치는 것도 고등교육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일각에서는 국내 대학들이 글로벌 학문과 산업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예전의 교육 내용 등을 답습해 뒤처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배영찬 한양대 교수는 “싱가포르·중국·일본 등 경쟁국 대학과의 격차는 더 벌어지고, 태국·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대학에도 쫓기는 형편이 돼 심각한 위기의 경고등이 켜졌다고 봐야 한다”며 “대학 경쟁력 추락은 몇 년 안에 국가 경쟁력 하락으로 고스란히 나타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