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생, 키 160, 체형 보통, 미용업 종사, 나이 어린 귀엽고 예쁜 초혼 신붓감.”
7일 국제결혼중개업체 A사(社)의 블로그에는 한 베트남 여성의 신상 정보가 자세히 올라와 있었다. 해당 여성의 사진, 동영상을 비롯해 거주지, 부모 나이, 형제 관계, 취미, 초·재혼 여부, 문신(文身) 여부 등도 포함돼 있었다. 이런 식으로 결혼 상대방의 신체 정보를 표시·광고하는 건 현행법상 불법이다.
이 블로그에는 해외 여성들의 상세 프로필이 500여 건 올라와 있고, 매일 5건 안팎의 새로운 프로필이 추가된다. A사 관계자는 “프로필을 보고 3~5명 정도 고르면 카카오톡이나 화상 만남을 먼저 주선해주겠다”며 “위드 코로나인 만큼 대면도 곧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최종 결혼까지 비용은 2000만원을 제안했다.
위드 코로나를 계기로 그간 잠잠했던 국제결혼이 재개될 조짐을 보이면서 불법 광고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정부는 지난 1월 결혼중개업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결혼 상대방의 얼굴 사진, 키, 몸무게 등 신체 정보 표시·광고를 금지했다. 여성가족부는 개정 이후부터 지난 9월까지 성(性) 상품화와 인권침해적 국제결혼 광고 1700여 건을 적발했다. 또 계도에 따르지 않은 33개 업체의 글을 삭제하는 등 행정 처분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광고는 법망을 피해가며 끊임없이 올라오고 있다. 지난해 한국서 폐업하고 동남아 현지로 사업장을 옮긴 한 결혼중개업체 대표 B씨는 “한국의 포털 카페에 올렸던 여성들의 사진·프로필에 신고가 들어와, 최근 폐쇄 우려가 적은 페이스북·유튜브로 이동했다”고 말했다. 국내 한 포털 카페에 꾸준히 동남아 여성들의 상반신과 전신 사진 등 정보를 올리고 있는 결혼중개업체 C사 관계자는 “우린 전부 본인들의 동의를 받아 괜찮다”고 했지만,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개인 동의 여부와 상관없이 몸매가 드러나는 사진을 올리거나 체형을 글로 묘사하는 행위는 위법 소지가 있다”고 했다.
여성학 박사인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조사관은 “중개 단계는 결혼의 첫 단추인데 여성의 사진·프로필을 보고 ‘일방적으로 고르는 방식’으로 하는 건 인권유린의 우려가 있다”며 “물건 정보를 나열하듯 외국 여성의 신상 정보를 올리는 광고는 국격이나 시대적 흐름에도 맞지 않는다”고 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해외 기반의 소셜미디어 통제가 어렵다면, 네이버·다음 등 국내 포털부터라도 철저히 단속해 신상 공개 광고를 줄여 나가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