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맞은편 국회의사당역 인근. ‘강사 처우 개선 예산 폐지가 아니라 확대!’라는 문구가 붙은 천막이 보인다. 이곳에서 지난 11일부터 한국비정규교수노조 조합원들이 노숙 농성을 벌이고 있다. 내년부터 방학 중 강사 임금과 퇴직금에 대한 정부 지원이 끊길 처지에 놓이자 거리로 나선 것이다.
발단은 2019년 8월부터 시행한 ‘고등교육법 개정안(일명 시간강사법)’이다. 정부와 여당은 강사를 1년 이상 임용하고 최대 3년까지 재임용 절차를 보장하도록 법을 개정했다. 방학 기간에도 임금을 주도록 했다. 강사들 처우를 개선하겠다는 취지였다. 그러자 대학들은 강사 규모를 대폭 줄였다. 이미 이전에도 대학들이 재정 악화 등을 이유로 강사 규모를 줄이고 있었는데 ‘시간강사법’을 계기로 그 추세가 가속화했다. 2017년 5만9338명이던 강사 규모는 2018년 5만8546명에서 법이 시행된 2019년 4만6925명으로 전년보다 1만명 이상 감소했다. 제도의 역효과가 나타난 셈이다. 대학들은 강사가 줄어든 공백을 기존 교수들 수업 부담을 늘리거나 강사 외 겸임교수 비율을 늘리면서 대처했다.
그나마 정부가 대학 부담을 덜어주려 ‘강사 처우 예산’ 명목으로 방학 4주간 강사 임금과 퇴직금 일부를 지원한 게 완충 작용을 했다. 2019년 288억원, 2020년 809억원, 2021년 369억원 예산이 들어갔다. 사립대 강사들이 혜택을 받았다. 그런데 내년부터는 이 예산이 없어질 위기에 처했다. 교육부가 내년에도 384억원을 요구했지만 기획재정부가 사립대까지 지원해줘야 하냐면서 전액 삭감했기 때문이다. 강사들이 거리로 나선 이유다. 이들은 “다시 눈물을 머금고 여기(국회) 천막을 친다. 우리 살려달라”고 외치고 있다.
당장 3년 임기 보장이 끝나는 내년 8월부터는 강사가 공개 채용을 거쳐 다시 임용 절차를 밟아야 한다. 학령인구 감소로 신입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는 데다 등록금 동결로 재정난에 놓인 대학들이 정부 지원마저 끊기는 상황에서 강사 규모를 또다시 줄일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다. 비정규교수노조는 “정부가 아무런 추가 개선 조치 없이 시간만 보내다 내년에 사립대 강사 처우 개선 예산조차 삭감되기에 이르렀다”면서 “3년이 되도록 정부와 대학은 뭘 했는가”라면서 성토하고 있다.
서울 한 대학 담당자는 “코로나 이후 비대면 강의가 늘면서 대학들마다 교육과정 개편을 거쳐 강사 인원을 줄이는 데 혈안이 되어 있다”면서 “정부가 강사들을 보호한다면서 만든 강사법 개정이 결과적으로 강사 대량 해고 사태로 이어졌는데 이제 그 남은 지원책마저 거둬가면 추가로 2차 강사 해고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아직은 정부 내년 예산안에 강사 처우 예산이 편성되지 않은 상태지만 향후 국회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관련 예산이 들어가도록 노력하겠다”고 했지만 지금으로선 장담할 수 없는 형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