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서울 지하철 역사(驛舍)에서 TBS 방송이 나오는 전용 TV가 모두 사라진다. 23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교통공사는 서울지하철 1~4호선 역사 대합실 등에 설치된 TBS 방송 전용 IPTV(인터넷TV) 121대를 이달 중 모두 철거할 계획이다. 9호선 역사에 설치된 31대도 올 연말까지 없애기로 했다.
TBS 전용 TV 철거는 TBS 측의 결정에 따른 것이다. TBS는 2008년부터 서울교통공사 등 지하철 운영사와 계약을 맺고 TBS 방송 전용 IPTV를 지하철역에 설치한 뒤 지금까지 10년 넘게 계약을 연장해왔다. 하지만 최근 스마트폰으로 방송을 시청하는 지하철 이용객이 늘면서 IPTV를 통한 홍보 효과가 떨어진다고 판단, 서울교통공사 등과 계약을 연장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TBS는 그동안 지하철역 IPTV를 유지하는 데 매년 1억900만원가량을 쓴 것으로 전해졌다.
TBS는 이번 조치가 최근 오세훈 서울시장이 내년 TBS 예산을 삭감하겠다고 한 것과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TBS는 작년 2월 별도 재단을 만들어 서울시에서 독립했지만 수입의 70% 이상을 서울시 출연금에 의지하고 있다. TBS 관계자는 “전용 TV 철거는 2018년부터 검토해온 사안”이라고 했다.
하지만 TBS의 정치적 편향성에 대한 지적이 이번 조치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서울시 온라인 민원창구인 ‘응답소’ 등에는 정치적 편향성 등을 거론하며 지하철역에 TBS TV가 있는 것을 문제 삼은 민원이 일부 제기됐다. 실제 지하철 이용객들이 정치적 편향 논란을 빚고 있는 김어준씨의 방송이 전용 TV를 통해 나오는 데 대해 민원을 제기한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1호선에서 근무하는 한 역무원은 “왜 공공장소에서 편향된 방송을 틀어주느냐고 원색적인 표현을 쓰며 항의하는 사람도 있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