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총 화물연대가 25일 총파업에 돌입했다. 2016년 10월 “물류를 멈춰 세상을 바꾸자”며 총파업을 벌인 이후 5년여 만이다. 이날 오전 노조원 5000여 명이 전국 16개 지역본부 단위로 출정식을 연 화물연대는 27일까지 사흘간 파업을 이어갈 계획이다. 국토교통부는 전체 사업용 화물차의 5%인 2만2000여 대가 화물연대 소속이라 이번 파업으로 당장 물류 대란이 일어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최근 요소수 사태의 여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화물연대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주요 항만과 산업 현장의 물류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화물연대는 안전운임 일몰제 폐지, 운송료 인상 등을 요구하고 있다. 안전운임제는 화물 과적, 기사의 과로를 막기 위해 일정 운임보다 낮은 운임을 지급하는 화주(貨主)에게 과태료를 부과하는 제도다. 현재 화물차 1만여 대에 적용하는데, 내년까지만 시행하고 중단할 예정이다. 화물연대는 내년 이후에도 안전운임제를 유지하고 적용 범위를 전 차종으로 확대할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는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화물연대는 이번 파업에도 불구하고 요구안에 대한 진전이 없으면 27일 결의대회 이후 전면 투쟁에 돌입한다는 방침이다.
이날 부산본부 조합원 900여 명은 부산신항 1부두 삼거리에 모여 “안전운임 일몰제 폐지” 등 구호를 외쳤다. 부산항만공사 관계자는 “컨테이너 차량 이동량이 급격히 줄었지만 반출입 물량을 미리 조정해 아직 파업의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했다. 하지만 글로벌 물류 대란으로 장치율(야적장에 컨테이너가 쌓여 있는 비율)이 높은 일부 부두에서는 부담이 커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화물연대 서울·경기지부 노조원 250여 명은 경기도 의왕시 내륙컨테이너기지(ICD) 진입로에서 출정식을 열었다. 도로 주변에 운행을 중단한 트럭 150여 대가 늘어섰다. 노조원들이 의왕 ICD를 출입하는 화물트럭 기사들에게 홍보 전단을 나눠주는 과정에서 파업에 동참하지 않은 화물차 운전자를 막아서며 양측이 서로 욕설을 주고받기도 했다. 광주광역시에서는 노조원 300여 명이 모였다. 금호타이어는 사흘간 생산한 완제품을 일단 창고에 보관한다는 계획이다.
이날 화물연대 총파업으로 원료 수송과 제품 출하가 중단된 시멘트·레미콘 업계는 비상이 걸렸다. 충북 단양의 한 시멘트 생산 공장에선 ‘총파업. 들어오면 죽는다’라는 구호가 적힌 시멘트 운송용 트레일러가 정문을 가로막았다. 업체 관계자는 “화물연대 소속 차량이 공장 진입로를 막아 생산한 시멘트를 내보내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한국시멘트협회는 “오전에는 생산 공장과 유통 기지 출하량이 평소의 20%에도 미치지 못했고, 오후에는 거의 중단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화물연대 소속 차량은 전체의 20% 정도지만, 이들이 생산 공장과 유통 기지의 진출입로를 막는 방식으로 비노조 차량의 출입을 통제해 파급력이 크다”고 했다. 동해·영월·제천 등 시멘트 생산 공장과 부곡·수색·인천 등 유통 기지에선 이날 수송 중단이 현실화됐다. 업계에서는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건설 현장에서 공기(工期)를 맞추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민노총은 화물연대와 함께 27일 서울 도심에서 2만여 명이 집결하는 공공운수노조 총궐기대회를 가질 예정이어서 혼란이 이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