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박원순 성추행 사건 피해자 김잔디(가명)씨는 최근 펴낸 ‘나는 피해호소인이 아닙니다’(천년의상상)에서 “박 시장이 일회용기를 싫어해 일회용 도시락에 담긴 밥과 반찬을 그릇에 옮겨 담는 황당한 일을 했다”고 주장했다.
“가장 황당한 것 중에 하나는 시장님이 일회용품 사용하는 것을 싫어하셔서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으로 일회용기에 담겨진 음식들을 일반 식기에 옮겨 담아 차리는 일이다. 가끔은 시장의 ‘심기보좌’를 위해 말동무가 되어 밥을 같이 먹어야 하기도 했다.”(127쪽)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재임 중 현행법상 불법인 대리처방을 받아왔다는 주장도 보다 구체적으로 기술했다. 김씨는 “두 세달에 한 번씩 서울 종로 서울대병원 내과에 가서 당사자 진료 및 처방 없이 박 시장의 통풍약을 대리처방 받았다”고 했다. 현행법상 대리처방은 직접 처방을 받을 수 없을 정도로 거동이 어려운 상황의 환자 직계가족 등 보호자만 극히 제한적으로 받을 수 있다. 그는 책에 이렇게 적었다. “한번은 약사 선생님께서 워낙 특이한 이름을 보고 “시장님 딸이세요?”라고 물었고, 주변 사람들이 모두 쳐다봐서 심장이 쿵쾅거렸던 일이 있다. 당시에 나는 이 일이 불법행위인 줄 몰랐다.”(125쪽)
김씨는 책에 다섯 차례 서울대병원에서 대리처방을 받았다고 적었다. 현행법상 대리처방은 처방을 받은 환자와 보호자는 물론 처방을 해준 의사까지 처벌하도록 돼 있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20일 “확인해보고 말씀드리겠다”고 했다.
박 시장의 황당한 요구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서울시 소속 공무원인 김씨에게 박 시장의 가족 명절 장을 대신 보게 한 것이다. 김씨는 “2017년 1월 설에 처음 이 일을 지시받았다”며 “한 비서관이 현금을 주며 명동 모 백화점 지하에서 불고기, 김치, 나물, 국 등 가족 식사를 위한 식료품을 구매하라고 했다”고 했다.
김씨는 “시청 예산과 노동력은 시장 개인의 가정을 돌보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었음에도 적어도 내가 일한 4년간 너무도 당연하게 자행되었다”고 책에 썼다.
김씨는 박 전 시장에게 4년에 걸쳐 상습적인 성추행 및 성희롱성 문자메시지 등을 받아왔다고 2020년 폭로했다. 박원순 시장은 김씨 경찰 조사 이후 극단적 선택을 했다. 김씨는 책에서 자신이 서울시장 비서로 일하게 된 경위와 4년간 박 전 시장의 비서로 근무하며 수행한 업무, 2017년 상반기부터 시작된 박 전 시장의 부적절한 연락 등 구체적 피해 내용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