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의 한 카페에서 20대 여성이 수십만원이 든 지갑을 분실했는데, 절도범은 당초 “한 초등학생이 빈 지갑만 주고 갔다”고 거짓 진술한 카페 주인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가게 주인은 경찰의 추궁 끝에 자백하며 ‘코로나로 장사가 안돼 저지른 일’이라는 취지로 말했다.
지난 달 4일 오후 3시쯤 A(27)씨는 사업 자금으로 쓰려던 40만 3000원이 든 지갑을 분실했다. A씨는 기억을 더듬어 그날 들렸던 서울 양천구의 한 카페에 찾아갔다. 카페 사장 B씨는 “10살 정도 돼 보이는 초등학생이 이것만 주고 갔다”며 40만 3000원이 사라진 빈 지갑을 건네줬다. B씨는 카페 내부에 CCTV가 설치돼 있지 않다고도 했다.
A씨는 분실 신고를 하기 위해 경찰서에 찾아갔다. 집 근처의 경찰서에선 “카페 내부에 CCTV가 없어서 행방을 찾기 어려울 것”이라는 답변을 들었다. A씨는 ‘지푸라기라도 잡아보자’는 심정으로 카페 근처 서울 양천경찰서를 찾아 분실 신고를 접수했다.
사건을 배당 받은 양천서 최정민 경사는 카페 밖 사거리에 설치된 CCTV를 유심히 들여다 봤다고 한다. 이 CCTV는 카페 출입문, 카운터 등을 비추고 있었다. 그런데 그날 카페 사장 B씨를 찾아온 ‘10살 정도 돼 보이는 초등학생’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경찰 수사 결과, A씨의 지갑을 턴 범인은 놀랍게도 카페 사장 B씨였다. 이 카페에서 40m 떨어진 곳에는 초등학생 1400여명이 다니는 초등학교가 있다. B씨는 본인의 카페가 초등학생들이 자주 방문하는 카페라는 점을 이용해 초등학생에게 죄를 떠넘겼던 것이다. 하지만 B씨가 말한 초등학생은 ‘유령’이었던 셈이다.
B씨는 경찰 조사가 이어지자 “코로나 때문에 장사가 안 돼 순간적으로 잠깐 정신이 나갔었던 것 같다”고 자백했다. 경찰은 B씨를 절도 혐의로 지난달 20일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
A씨는 양천서 홈페이지 ‘칭찬합시다’ 게시판에 “누군가에게는 40만 3000원 이라는 금액이 작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저에게는 400만원의 가치와도 같은 소중한 돈”이라고 썼다. 최정민 경사는 “할 일을 했을 뿐”이라며 “어린 학생들이 도둑으로 의심 받을 수 있는 상황을 방지해 뿌듯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