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이민규(31)씨는 최근 한 온라인 중고 거래 앱에서 호빵 찜기를 5000원 주고 샀다. 판매자 얼굴 한번 보지 않고도 거래를 끝냈다. 판매자는 계좌번호를 알려주며 돈을 입금하라고 하더니 이씨에게 자기 집 아파트 동·호수를 알려줬다. 그러고는 채팅으로 “집 문고리에 물건이 담긴 쇼핑백을 걸어놓을 테니 가져가세요”라고 했다고 한다. 이씨는 “판매자와 어딘가에서 직접 만나 어색하게 인사를 나누는 게 요즘 중고거래의 묘미라고 생각했는데, 아예 만나지 않는 방향으로 바뀌는 것 같아 신기했다”고 말했다. 이런 ‘문고리 거래’를 주로 한다는 변모(42)씨는 “집에 아이가 있을 때 굳이 밖에 나갈 필요도 없고, 꼭 얼굴을 마주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앱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스마트폰 중고거래 애플리케이션 사용자 수는 월 1700만명이 넘는다. 중고거래 시장이 활발해지면서 거래 방식도 다양해지고 있다. 택배 등으로 물건을 보내주거나 판매자와 거래자가 만나 물건과 돈을 주고 받는 직거래가 대부분이었는데, 오미크론 확산 속 접촉을 꺼리고 낯선 사람과 일대일로 만나는 게 부담된다는 사람도 늘면서 ‘비대면 직거래’도 생기고 있다.
대학생들 사이에선 사물함 거래가 인기다. 학교 커뮤니티 중고 게시판에서 중고거래 약속이 잡히면, 판매자가 학교 사물함에 물건을 넣어놓고 사물함 번호와 비밀번호를 구매자에게 알려줘서 꺼내가게 하는 식이다. 판매자나 구매자가 차를 타고 약속 장소로 오는 경우 ‘드라이브 스루’ 방식을 쓰는 사람도 있다. 서울 동작구에 사는 조모(39)씨는 “지도에 만날 장소를 정확하게 그려 서로 공유한 뒤 길가에서 자동차 창문 틈으로 물건만 넣어주는 걸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대형마트, 편의점 등에 잇따라 생기고 있는 ‘중고거래 자판기’를 이용하는 사람도 있다. 중고 물품을 판매하려는 사람이 품질 검증 절차를 거쳐 물품보관함처럼 생긴 중고거래 자판기에 판매하려는 물건을 넣어두면, 누구나 원하는 물건이 있는 경우 돈을 내고 그 물건을 꺼내가는 방식이다. 최근 중고거래 자판기에서 물건을 구매한 장모(24)씨는 “중고물건을 직접 보고 쇼핑하듯이 살 수 있는 것이 장점인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