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봄 꿀벌이 사라지는 현상이 경남 등 남부 지역뿐 아니라 전국에서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약 77억 마리 이상의 꿀벌이 사라진 것으로 추정된다.
13일 한국양봉협회에 따르면 지난 2일까지 전국 양봉협회 소속 농가를 대상으로 꿀벌 실종 피해를 조사한 결과 4159 농가의 38만9045개 벌통에서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협회에 등록된 전체 양봉 농가(2만3582곳) 17.6%에서 피해를 봤다. 평균적으로 벌통 하나당 2만 마리의 꿀벌이 사는데, 이를 통해 추산할 경우 최소 77억8090만 마리 이상의 꿀벌이 사라진 셈이다. 농가들은 월동 중인 벌을 깨워 먹이를 주며 본격적인 양봉 준비를 하는 ‘봄 벌 깨우기’ 과정에서 꿀벌이 사라진 것을 확인했다.
벌통 수로 보면 전남(10만5894개), 전북(9만개), 경북(7만4582개), 경남(4만5965개) 등의 순으로 피해가 컸다. 충남(3만1280개), 강원(1만3033개), 경기(4250개) 등에서도 피해가 발생했다. 경북의 경우 사육 중인 전체 벌통(15만6419개)의 절반가량(47.7%)에서 벌이 사라졌다. 전남에서는 협회에 등록된 전체 농가(1831곳)의 74.3%(1360곳)가 피해를 봤다. 지난 1월 말부터 전남·경남 등 남부 지방을 중심으로 집중적으로 확인되던 꿀벌 실종 피해가 전국으로 확산된 것이다.
윤화현 한국양봉협회 회장은 “자료를 취합한 3월 2일 이후에도 피해 신고가 있었다”며 “협회에 등록되지 않은 양봉 농가 피해 등을 고려하면 실제 피해 규모는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농촌진흥청 등은 이번 꿀벌 대량 실종 현상을 해충인 응애 발생과 이상기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양봉협회, 농림축산검역본부 등과 합동 조사를 진행한 농촌진흥청은 꿀벌 실종 피해가 발생한 벌통 대부분에서 응애가 관찰됐다고 밝혔다. 응애는 꿀벌에 기생하면서 체액과 조직을 먹고 자라는 해충으로, 꿀벌 성장을 저하시킨다.
변덕스러운 날씨 영향도 컸다. 벌은 기온 등 날씨 영향을 많이 받는 곤충이다. 기상청 기후 분석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연평균 기온은 13.3도로 평년 대비 0.8도 높았다. 이는 기상 관측이 전국으로 확대된 1973년 이후 역대 둘째로 높았다.
농촌진흥청 산하 국립농업과학원 최용수 연구관은 “11~12월의 따뜻한 기온 때문에 월동을 해야 할 벌들이 외부로 나가 채집 활동을 하면서 체력을 소진해 면역력도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며 “체력이 약해진 벌들이 날씨 등 외부 환경에 민감하게 반응해 밖으로 나갔다가 돌아오지 못하면서 폐사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