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임대아파트에 사는데, 주차장에 페라리가 있습니다 돈 없는 사람들을 위해서 국민임대아파트가 존재하는데, 저렇게 편법을 써서 들어오는 게 맞나요?”

“남자친구 집에 놀러 갔다가 깜짝 놀랐어요. 외제차가 정말 많았어요. 악용하는 사람이 있는 것 같아 씁쓸합니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국민임대 아파트에 벤틀리와 페라리가 주차됐다’는 사진이 화제가 됐다. 국내에서 정식 수입되는 벤틀리와 페라리는 모두 가격이 최저 3억원에서 시작한다. 국민임대 아파트는 무주택 저소득층에게 저렴한 임대료로 우선 공급되는 아파트다.

이 사진을 인터넷에 올린 A씨는 “지하 주차장에 페라리가 항상 주차해 있는데, 이날은 벤틀리도 있었다. 페라리 말고 디스커버리 벤츠 GLB도 있었다”라며 “그런데 (임대아파트 운영사인) SH공사에 전화하니 ‘미등록 차량’이라면서 별 다른 조치가 없다. 저 사람들로 인해 국민임대아파트 입주자 선정에서 떨어진 사람들은 피해를 본 것 아니냐”고 했다.

조선닷컴이 서울 구로구의 해당 아파트를 지난 24일 밤 찾아가봤다. 100여대가 주차된 가운데 실제로 페라리, 벤츠, BMW, 폴크스바겐 등이 10여대 눈에 띄었다.

국민임대 아파트 건축비는 국가 재정과 국민주택기금이다. ▲전용 50 ㎡ 미만은 세대 구성원 전원의 월평균 소득금액 합이 2인 가구 기준 273만원 이하인 가구 ▲전용 50㎡ 이상은 월평균 소득금액이 3인 가구 기준 436만원 이하인 가구에 우선 공급된다. 보유한 자동차 가액이 3557만원을 넘으면 안된다. 신차 기준으로 그랜저보다 더 비싼 차는 들어올 수 없다는 의미다. 어기면 강제퇴거된다.

24일 서울 구로구의 한 국민임대 아파트 단지 주차장에 있는 외제차 모습. /송주상 기자

◆ “친구가 놀러왔다” 연락처 없는 국민임대 아파트의 외제차들

국민임대 아파트 입주 조건에 따르면 무주택 세대 구성원 전원이 보유하고 있는 개별 자동차가액(출고가, 출고연도, 연식에 따른 감가율 등을 적용해 차량 가치를 산정한 금액)이 모두 일정 수준 이하이어야 한다. SH,LH 등은 매년 기준 자동차가액을 발표한다. 2022년 자동차가액 기준은 3496만원이다. 만약 이를 초과할 경우 퇴거 조치로 이어질 수 있다.

주차장에서 본 페라리를 비롯해 일부 외제차는 이 기준을 훌쩍 뛰어넘는다. 이에 관해 이 아파트 관리 사무소 측은 “일차적으로 저희가 잘 관리해야 했다. 사과드린다”면서도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고 했다. 자동차 가액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자동차 등록증 등이 필요한데, 이를 강제로 확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거주자가 “친구가 놀러 왔다” “가족 차다” “회사 명의”라고 말하면 막을 방도가 없다. 한 국민임대 아파트 관리사무소 근무 직원은 “딱 봐도 비싼 외제차가 들어오길래 어떤 일로 오셨냐고 물었다가 ‘아들 차다’, ‘외제차 타면 안 되냐’며 욕만 들었다”고 했다. 직원은 “페라리와 벤틀리 모두 세입자들은 ‘친구차’라고 주장하더라”며 “이달 말일까지 차를 치워달라고 내용증명까지 보냈다”고 했다.

페라리가 친구 차라고 주장한 거주자를 포함해 이 곳에 있는 외제차 차주에게 이야기를 듣고자 연락하려고 했지만, 10여대 차 모두에 전화번호는 부착되지 않은 상태였다. 사무소 측은 주차장에 있는 차가 모두 이 곳에 사는 사람이 소유했냐고 묻는 질문에 “아니다”라며 “경비원이 1명이라 현실적으로 단지에 들어오는 차를 모두 확인하긴 어렵다”고 답했다.

/송주상 기자

◆ 장기렌트, 리스, 공동명의 악용 등 수법도 다양

굳이 친구 핑계를 대지 않더라도 국민임대 아파트 거주자가 비싼 외제차를 소유는 할 수 있는 방법은 많다. 앞선 사례처럼 ‘내 차가 아니다’라고 주장하면 아파트 관리소 입장에서 확인할 방법은 없다시피 한다. 또 SH, LH 등은 2년에 한번 ‘계약을 갱신할 때’만 거주자의 자산을 확인한다.

거주자 자산을 살펴봐도 어려움은 많다. 장기렌트와 리스는 자산으로 잡히지 않는다. 회사 명의 차량도 마찬가지다. 공동명의를 악용하기도 한다. 분리된 세대주가 자산에 잡히지 않는 점을 노려서 자산이 많은 가족에게 차의 지분을 99% 넘겨주고 자신은 1%만 가지면 자동차가액도 1%만 잡히게 하는 식이다. 만약 국민임대 아파트 거주자가 3억원으로 평가된 차의 지분을 10%만 가지고 있다면 3000만원만 잡힌다.

이러한 사례는 계속해서 적발되고 있다. 이달 중순에는 경기도 특별사법경찰단이 경기도 화성 동탄에 있는 행복주택에 있는 외제차 47대를 조사한 결과 12대가 입주조건을 위반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중 10대는 1억~2억짜리 차량의 지분 1~2%만 입주자가 가지고 있었다. 나머지는 부모 등 지인 명의로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