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 하나가 입시에 얼마나 중요한데, 확진됐다고 시험 볼 권리까지 뺏는 게 말이 되나요?”

최근 학부모와 학생들 사이에서 “시험 보게 해 달라”는 요구가 잇따르고 있다. 전국 중·고교가 이달 중순부터 차례로 중간고사를 치르는데, 교육부가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은 학생은 시험을 보지 못하게 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불만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교육부는 시험을 보지 못하는 학생은 ‘인정점’으로 성적을 대체할 방침이다. 인정점은 기존 시험 성적을 특정 기준으로 변환해 응시하지 못한 시험 성적으로 대체하는 것이다. 보통 지난 시험 성적을 응시하지 못한 시험 난이도 등을 반영해 변환한다고 한다. 지난 4일 교육부는 “현행 방역 지침상 확진자는 자택 격리 대상이고, 학교 내신 시험은 다른 시험과 달리 3∼5일에 걸쳐 치러야 한다”며 “확진 학생은 대면 시험을 치르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인정점으로 시험을 대체하겠다고 다시 한번 확인한 것이다.

교육부는 코로나 사태 이후 계속 이런 방식으로 ‘확진자 평가’를 대체해왔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학부모·학생들은 확진자가 전국 수천 명 수준 나올 때 만든 제도를 확진자 수십만이 일상인 때 그대로 적용하는 건 불합리하다고 주장한다. 지난 3월 29~4월 4일까지 전국에서 중·고등학생 확진자는 10만2909명이 나왔다. 하루 평균 1만4701명이다. 점차 확진자가 감소한다고 해도 전국적으로 수만 명이 중간고사를 제대로 치르지 못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학부모와 학생들은 또 인정점은 대안이 될 수 없다고 말한다. 예전 시험이나 수행 평가보다 더 나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기회 자체를 사라지게 한다는 것이다. 또 인정점 산출 기준 등에 따라서도 학생들의 점수가 달라질 수 있다고 한다. 서울 강남의 고등학교에 고1 딸아이를 보내고 있는 한모(46)씨는 “내신 0.1점 차이로도 입시 성패가 갈린다”면서 “요즘처럼 내신이 중요한 때 학생들이 고등학교 3학년 1학기까지 보게 되는 열 번의 중간·기말 시험은 열 번의 수능과 같다”고 했다. 고3 자녀를 한 자율형사립고에 보내고 있는 김모(47)씨는 “올해 들어서만 학교에서 확진자가 90명 나왔다”며 “수십명 학생의 인생이 바뀔지도 모르는데 인정점은 대안이 될 수 없다”고 했다.

코로나가 2년 넘게 지속되고 있는데 교육부가 안일하게 대응했다는 불만도 나온다. 지난 3월 14일에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본인 확진이라도 고등학생은 시험을 볼 수 있게 해주십시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와 1만여 명이 동의하기도 했다. 청원인은 “고등학교 내신 시험이 가지는 의미는 학생들의 인생에 있어 크다”며 “몸 상태에 따라서 인정점수를 받든, 나가서 시험을 보게 하든 선택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학생·학부모 사이에서 “코로나에 걸려도 시험 기간만 검사를 받지 말고 버티자”는 사람이 늘어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고2 자녀를 둔 백모(48)씨는 “매번 시험 기간이 될 때마다 아이가 혹시 코로나에 걸리지 않을까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라며 “계속 이런 식이라면 아이가 증상 있어도 검사를 안 시키고 등교시킬 것”이라고 했다. 경기도의 한 중학교 교사 임모(27)씨는 “실제 시험 하나하나가 중요하니, 학생들 사이에서는 ‘시험 기간이 아닐 때 미리 코로나에 걸리자’는 얘기도 나온다”고 했다.

하지만 교육부와 교육청은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현실적으로 별도 시험장을 만들기 어렵고, 확진자는 격리가 원칙이기 때문에 예외를 둘 수 없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