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침범에… 역주행까지 - 12일 오후 서울 마포역 인근에서 배달 오토바이가 사람들이 오가는 보도를 달리고 있다.(왼쪽) 이날 이 인근의 다른 도로에서는 한 배달 오토바이가 버스를 추월하려고 역주행을 하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김지호 기자

지난달 30일 오후 1시쯤 서울 서초구 고속버스터미널 사거리에서 배달 중이던 40대 여성이 트럭에 치여 숨졌다. 이 여성은 두 아이의 어머니로 생활비를 벌기 위해 지난 1월부터 한 대형 배달 플랫폼을 통해 일을 구해 틈틈이 배달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원래 걸어갈 수 있는 곳으로만 도보로 배달을 하다가, 3월부터 전기자전거 배달을 했는데 한 달도 안 돼 사고를 당했다. 경기 안산시에 사는 직장인 박모(49)씨도 작년 10월 부업으로 배달을 시작했는데, 지난 1월 안산시 한 사거리에서 오토바이가 미끄러져 갈비뼈 3대가 골절되고 왼쪽 신장이 파열돼 치료비만 1000만원이 들었다고 한다.

코로나 사태 2년간 배달 수요가 급증하면서 적잖은 사람이 오토바이나 자전거를 이용한 배달에 뛰어들면서 크고 작은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오토바이 사고의 경우 코로나 이전인 2019년 1만8785건에서 2020년 2만1258건, 작년 2만598건으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대형 배달 플랫폼 등은 더 많은 배달원을 구하기 위해 사전 교육 등 배달원 모집 절차를 단순하게 만들어 둬 부업으로 배달원을 하는 직장인이나 대학생, 주부 등도 많아졌다. 배달 플랫폼들이 배달원 모집에만 급급해 사전 안전 교육이나 운전 실력 검증을 게을리해 도로에서 이들이 사고를 당하거나, 다른 운전자를 위험하게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늘어나는 이륜차 교통법규 위반

통계청에 따르면 작년 상반기 배달업 종사자는 42만명으로 2020년에 비해 14% 늘어났다. 라이더(배달원) 노조 등에 따르면 작년 배달 플랫폼에서 배달을 한 건이라도 해본 사람은 약 60만명에 이른다. 배달이 ‘국민 부업’이라는 얘기까지 나오는 이유다. 대표적인 배달 플랫폼인 ‘쿠팡이츠’와 ‘배달의민족’의 경우에도 “월급이 부족할 때마다 원하는 시간에 일하고 카드 값 벌어요” 등의 문구를 앞세워 적극적으로 라이더를 모집하고 있다.

하지만 쿠팡이츠와 배달의민족의 경우, 2시간가량의 온라인 교육만 듣고 간단한 시험을 통과하면 라이더가 될 수 있다. 실제로 한 플랫폼의 배달원으로 가입해보니, 1시간 분량의 강의 2개를 듣고 총 10문제짜리 시험을 봐야 했다. 시험 문제는 ‘건강하고 안전하게 배달하는 방법이 아닌 것은?’이라는 질문을 던지고, 정답으로 ‘슬리퍼 착용하고 운전하기’를 고르면 되는 상식 수준이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충분한 안내와 사전 교육 없이 일을 주는 건 노동자들을 위험으로 내모는 격”이라고 했다.

배달을 해본 사람들은 이런 검증으로는 실제 도로에서 맞닥뜨리는 온갖 위험한 상황에 제대로 대처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또 교통 법규를 위반하면서 아슬아슬하게 운전하는 배달원 때문에 위태로운 상황을 겪었다는 운전자도 많다. 실제 배달원들이 많이 이용하는 오토바이 신호위반 단속 건수는 2019년 4만7887건에서 2021년 8만6913건이 돼 2배 가까이로 늘었다. 과속 사례도 적발된 것만 2019년 66건에서 작년 390건으로 확대됐다.

사고가 났을 때 보상을 제대로 받지 못할 수 있다는 것도 문제다. 산재보험을 통해 ‘업무상 재해’에 대해 보상을 받으려면, 근로자가 한 사업장에서 월 소득 115만원을 벌거나 93시간을 일해야 한다. 하지만 전업 배달 노동자는 다양한 배달 플랫폼을 이용하고, 부업 배달 노동자들은 근무시간을 채우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서, 이 기준을 맞추기가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배달 플랫폼 업체들은 “수십만명이 배달에 나서는 상황에서 직고용을 하지 않는데 철저한 교육을 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이다. 쿠팡 측은 “올 1월부터 교육 콘텐츠를 강화했고, 외부 기관과 협력해 계속 이론과 실습이 가능한 체험 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