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50명 단체 예약’을 받았어요. 거의 3년 만의 일입니다.”
18일 오후 1시 30분쯤 서울 종로구 청계천 주변의 한 호프집. 200여 석 규모인 이 가게를 운영하는 오모(63)씨는 들뜬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정부는 이날 오전 5시부터 사회적 거리 두기를 2년 1개월 만에 전면 해제했다. 카페와 식당 등의 사적 모임 인원과 영업시간 제한이 완전히 사라졌다. 이날 본지가 만난 자영업자들 사이에선 지역·업종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었지만 “변화를 느낀다”며 기대하는 반응이 많았다. 오씨의 경우 이날 오전 “오늘 밤에 가겠다”며 10여 명 규모 단체 모임 예약 전화가 왔고, 다음 주 주말에 온다는 ‘50명 예약’도 들어왔다고 했다. 그는 “계속된 영업시간·인원 제한으로 임차료만 2억원 넘게 밀렸다”면서 “빨리 예전으로 돌아가 그동안 힘들었던 걸 보상받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영업시간 제한이 사라진 덕에 새벽 장사를 본격적으로 준비하며 직원을 새로 뽑고 있는 곳도 있었다. 서울 중구의 한 호프집은 오늘부터 2년 만에 새벽 3시까지 영업을 할 계획이다. 현재 2명인 주방장도 4명으로 늘리려고 모집 중이다. 인근의 다른 호프집 직원 이모(28)씨도 “최근 한 달 동안 직원을 30명 가까이 새로 뽑았지만, 아직 부족해 앞으로 10명 더 뽑을 예정”이라고 했다. 서울 강남역 인근의 한 치킨집에서는 이날 오후 7시쯤 예약도 없이 10명이 회식을 하러 와 1시간 만에 20만원 매출을 올려줬다. 사장 정모(36)씨는 “방역 수칙이 풀리기 시작한 1~2주 전부터 손님이 늘었는데 거리 두기가 완전히 해제되자 더 많이 온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이나 이태원, 홍대같이 클럽이나 바, 유흥 주점 등이 많이 몰려 있는 곳들도 야간 손님맞이 준비가 한창이었다. 주요 고객이 젊은 층인 클럽들은 “거리 두기 해제 기념 이벤트를 진행한다” “우리 클럽은 365일 24시간 운영한다”는 글들을 잇따라 소셜미디어(SNS)에 올렸다. 홍대 인근의 한 클럽 관계자는 “거리 두기 해제를 기념해 음료를 공짜로 나눠주는 이벤트도 열고 하루씩 교대로 출근하던 직원들도 오늘 모두 다 나오라고 했다”고 말했다.
여행업체나 펜션 등 숙박 시설에서도 단체 여행이나 기업 워크숍 등을 위한 문의가 점차 늘고 있다. 경기도 가평군 대성리에서 12년째 펜션을 운영하고 있는 변모(47)씨도 “어제 대학생 MT 관련 문의가 6~7통 들어오는 등 거리 두기 해제 소식이 알려진 뒤 전화가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대전의 한 중견기업은 오늘 사내에서 부서별로 단체 워크숍을 갈 경우 회사에서 일부 비용을 지원하겠다고 공지를 했다고 한다. 서울 강서구의 관광버스 대여업체에서 일하는 정모(55)씨도 “산악 동호회나 교회 모임 등에서 28인승 관광버스를 빌릴 수 있냐는 문의가 하루에 5건 넘게 들어오고 있다”며 “4월 주말 예약이 이미 꽉 차 있다”고 했다. 경기도에 있는 한 중학교는 코로나 2년간 야외 단체 활동을 한 번도 실시하지 않았는데, 다음 달 전교생이 서울 북촌과 경복궁, 경기 용인 민속촌이나 에버랜드 등으로 인원을 나눠 2년여 만에 체험 학습을 하기로 했다.
다만 거리 두기가 전면 해제되면서 도심 ‘택시 대란’을 우려하는 사람이 많다. 밤늦게까지 모임을 갖는 사람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코로나 이후 택시 운전자는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서울교통공사는 재정난으로 현재 밤 12시인 지하철 막차 시간을 연장하지 않겠다고 했다. ‘최대 299명 집회·시위 제한’도 사라지면서 새 정부 출범과 맞물려 곳곳에서 집회가 잇따를 것이란 우려도 많다. 민주노총은 오는 30일 서울광장에서 약 5000명이 모이는 ‘세계노동절기념문화제’를 열겠다며 최근 서울시에 광장 사용 신청서를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