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을지로3가 노가리 골목의 유명 노포(老鋪) ‘을지OB베어’가 강제집행 끝에 결국 21일 철거됐다. 을지OB베어에 대한 강제집행은 지난 2020년 이후 이날 전까지 다섯 차례 진행됐지만 가게 측과 시민단체 등이 현장에서 막아 철거가 모두 막혔는데, 6번째 강제집행으로 철거가 실제 이뤄진 것이다.
청계천을지로보존연대 등에 따르면, 법원 등이 고용한 용역 등 100여 명은 21일 오전 4시 20분쯤 을지OB베어에 대한 강제집행에 나섰다. 이들은 약 1시간에 걸쳐 가게의 간판을 내리고 가게 내부 집기류도 모두 빼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용역 측과 당시 가게를 지키고 있던 이들 간의 물리적 충돌도 발생했다. 을지OB베어에는 강제 집행을 막기 위해 시민단체 활동가 등이 가게를 지키고 있었는데, 철거 당시 창업주 가족 1명이 부상을 당했다고 한다.
을지OB베어는 1980년 서울 을지로3가 골목에서 개업해 ‘노가리 골목의 원조’로 불리던 가게다. 서울시는 2015년 노가리 골목을 ‘서울미래유산’으로, 중소벤처기업부는 2018년 을지OB베어를 ‘백년가게’로 선정하기도 했다.
건물주와 세입자 을지OB베어 간의 분쟁은 2018년부터 시작됐다. 임대계약 연장을 놓고 건물주가 제기한 명도소송에서 을지OB베어는 1심과 2심에서 패소했고, 대법원도 상고를 기각해 을지OB베어 측은 가게를 비워야 하는 처지가 됐다.
그러던 중 올해 1월 서울 을지로 노가리 골목의 또 다른 가게인 만선호프 측이 을지OB베어가 입점한 건물의 일부를 매입하면서 건물주가 됐다. 만선호프와 을지OB베어 측은 보증금과 임대료를 인상하고, 을지OB베어가 그간 강제집행 비용을 부담하는 대신 계속 장사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 상호 합의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후 화장실 설치 등을 두고 양측 간의 갈등이 불거졌고, 결국 이날 을지OB베어에 대한 강제 집행이 진행돼 철거된 것이다.
시민단체와 주변 상인 등은 강제집행에 반발하며 이날부터 가게 앞에서 기자회견과 문화제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