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회 참여 인원을 최대 299명으로 제한한 방역수칙이 사라진 첫번째 토요일이었던 23일 서울 도심 곳곳에서는 대규모 집회가 이어졌다.

23일 오후 1시쯤,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앞에서 자유통일당(전 국민혁명당)이 집회를 열고 있다. /한예나 기자

이날 오후 1시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역 4번 출구 앞에서는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이끄는 자유통일당(전 국민혁명당)을 중심으로 ‘검수완박 반대 국민저항 집회’가 열렸다. 경찰 추산 1500여명이 참여한 이번 집회는 참여 인원에 제한을 받지 않아 합법적으로 열렸다. 태극기와 성조기를 든 집회 참가자들은 ‘검수완박’, ‘대한민국’ 등을 외쳤다.

집회에 참여한 이들은 “드디어 집회 인원 제한이 풀렸다”며 환호하는 모습을 보였다. 정부는 지난 18일부터 코로나 발생 이후 2년여 동안 적용되던 집회 인원 제한을 푼 바 있다. 이날 집회에 참여한 서울 동대문구에 산다는 노모(67)씨는 “그동안 집회 인원을 막아놔서 제대로 목소리를 내기 힘들었는데 이제라도 풀려서 다행”이라고 했다. 집회 현장 곳곳에서는 마스크를 벗고 바나나, 김밥 등을 먹는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23일 오후 2시쯤, 서울 종로구에 있는 '전태일다리'로 불리는 청계천 버들다리에서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가 ‘비정규직 차별 철폐 촉구 집회’를 열었다. /한예나 기자

이날 오후 2시쯤 서울 종로구에 있는 청계천 버들다리, 이른바 전태일다리에서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가 ‘비정규직 차별 철폐 촉구 집회’를 열었다. ‘불평등을 갈아엎자’, ‘교육복지 강화’ 등이 적힌 초록색 조끼를 입은 수백명이 모여서 윤석열 당선인에게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정책을 내놓을 것을 요구했다. 이들은 지난 3월 19일부터 매주 토요일에 이런 내용의 집회를 가진 뒤 인수위까지 행진을 하고 있다.

23일 오후 3시쯤 서울 종로구 혜화역 마로니에공원 앞에서는 보수단체인 신자유연대가 정권을 규탄하는 내용의 집회를 열었다. /한예나 기자
23일 오후 4시쯤 진보단체 촛불전환행동은 서울 종로구 마로니에공원 앞에서 ‘촛불시민 대행진’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오후 5시 30분쯤 집회를 마친 후 인수위 쪽으로 행진을 이어갔다. /한예나 기자

이날 오후 3시쯤 서울 종로구 혜화역 마로니에공원 앞에서는 보수단체인 신자유연대가 현 정권과 검수완박 중재안을 규탄하는 내용의 집회를 열었다. 이어 오후 4시쯤 신자유연대가 집회를 신고한 곳에서 50m 거리가 채 되지 않는 곳에서 진보단체인 촛불전환행동이 ‘촛불시민 대행진’ 집회를 열었다. 각각 30여명, 1000여명 정도의 인원이 참여했다.

두개의 집회는 ‘맞불 집회’ 형식으로 진행됐다. 촛불전환행동이 ‘김건희를 구속하라’를 외치면 신자유연대가 ‘이재명을 구속하라’를 외치는 식이었다. 큰 물리적 충돌은 없었지만, 집회에 참여한 이들은 서로 욕을 내뱉고 대형 스피커 등을 활용해 서로의 집회를 방해하기도 했다. 집회로 인한 소음 때문에 주말 나들이를 나온 일부 시민들은 눈살을 찌푸리는 모습을 보였다. 현장에 있는 경찰들에게 “저들 현행범으로 체포 안해가냐”, “이렇게 시끄러운데 제지를 따로 안하는거냐”며 항의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또, 차별금지법 제정을 요구하는 시민단체들이 모인 차별금지법제정연대(차제연)는 이날 오후 3시쯤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주최측 추산 400여명이 참여한 ‘차별금지법 4월 쟁취 집중문화제’를 열었다. 시민단체 밭갈이운동본부는 이날 오후 7시쯤 서울 여의도 인근에서 약 1000명이 참여하는 ‘검언개혁법안 처리 촉구 집회’를 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