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6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부산 가덕도신공항 예상조감도. photo 국토교통부

총사업비만 13조7000억원으로 추산되는 부산 가덕도신공항의 예비타당성조사 면제가 지난 4월 29일 기획재정부 재정사업평가위원회에서 최종 결정했다. 앞서 국토교통부가 사전타당성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수립한 가덕도신공항 추진계획이 지난 4월 26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이래, 문재인 대통령 임기 종료를 불과 10여일 앞두고 일사천리로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한데 지난해 4·7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특별법’까지 제정해 추진 중인 가덕도신공항의 입지가 부산시의 당초 구상과 달리 가덕도 동쪽 외해(外海)로 결정되면서 착공까지는 논란이 계속될 전망이다.

지난해 특별법 제정 전까지 부산시가 띄워온 공항 입지는 가덕도 서쪽 대항항과 동쪽 새바지항 사이를 연결하는 잘록한 허리 부분의 육해상에 걸쳐 동남~서북 방향(11~29 방향) 활주로를 놓는 방식이었다. 이에 따라 문재인 대통령 등 정치권 인사들이 ‘신공항 조기조성’을 약속하면서 드나든 곳도 가덕도 서쪽 대항항 일대였다. 그런데 정작 국토부가 5개 후보방안 중 최종 선택한 것은 가덕도 동남쪽 외해에 인공섬을 조성해 활주로 1본(本)과 주기장 등을 배치하는 방식이다.

‘외해’ 공항, 아시아서 가덕도 유일

하지만 현재 아시아에서 해상공항을 운용 중인 곳들 중 내만(內灣)이 아닌 외해(外海)에 공항을 배치한 곳은 가덕도신공항이 유일해 논란이 예상된다. 현재 아시아에서 해상매립 등을 통해 인공섬 형태로 해상공항을 운용 중이거나 건설 중인 곳은 인천공항을 비롯해 모두 10곳. 도쿄 하네다(羽田)·나고야 주부(中部)·오사카 간사이(関西)·고베·기타큐슈·나가사키 등 일본이 6곳, 홍콩 첵랍콕·마카오 타이파·다롄 진저우만(건설 중) 등 중국 3곳이다. 이들 10개 해상공항 가운데 내만이 아닌 외해에 입지한 공항은 단 한 곳도 없다.

인천공항만 해도 경기만(灣)에 있는 영종도와 용유도 사이의 바다를 매립해 만든 공항이다. 강화도를 비롯해 무의도, 신도, 장봉도 등 주변의 수많은 섬들에 의해 보호받는 곳에 자리 잡고 있다. 도쿄 하네다공항 역시 해안가에 있는 기존 공항에 2014년 제4활주로(D활주로)를 인공섬 방식으로 추가 개설했는데, 역시 오목하게 들어간 도쿄만 안에 들어 있다. 나고야 고마키(小牧)공항을 대체해 2005년 개항한 주부공항 역시 육지를 향해 오목하게 들어간 이세(伊勢)만 안쪽에 인공섬 형태로 자리 잡았다.

1994년과 2006년 각각 개항한 오사카 간사이공항과 고베공항도 모두 오사카만 안의 인공섬에 터를 잡았다. 기타큐슈 고쿠라(小倉)공항을 대체할 목적으로 2006년 개항한 기타큐슈공항 역시 세도내해(瀨戶內海) 안쪽에 자리 잡고 있다. 해안가에 있던 기존 오무라(大村)공항에 해상 활주로를 추가해 1975년 세계 최초 해상공항으로 개항한 나가사키공항도 호수나 다를 바 없는 오무라만의 미시마(箕島)섬을 매립해 조성했다.

중국도 비슷하다. 홍콩 커우룽만(九龍灣)에 있던 기존 카이탁(啓德)공항을 대체하기 위해 1997년 개항한 첵랍콕공항은 란터우섬과 신계(新界) 사이의 작은 섬인 첵랍콕섬 인근 해상을 매립해 조성했다. 마카오 타이파공항은 여객터미널은 타이파 본섬에 두고, 활주로만 인공섬에 배치한 형태다. 마카오 타이파공항 역시 중국 주강(珠江)과 이어지는 오목한 내만에 위치하고 수많은 섬들에 의해 보호받는 형태다.

중국 본토 최초의 해상공항으로 현재 해상매립 공사가 한창인 다롄의 진저우만(金州灣)신공항 역시 랴오둥반도와 산둥반도 안쪽의 보하이만(渤海灣) 내에 자리 잡고 있다. 보하이만 안에서도 다롄과 뤼순 사이에 오목하게 들어간 진저우만 안쪽에 위치해 있다. 여름철 태풍이 북상해도 해상공항 남쪽으로 뻗어 있는 랴오둥반도가 바람과 파도로부터 공항을 보호해주는 입지다.

부산시가 당초 구상한 가덕도신공항 배치도. photo 부산시

2030 부산엑스포 유치와 ‘엇박자’

바다와 곧장 연결된 외해는 내만에 비해 수심이 깊고, 파도가 거칠다. 국토부가 밝힌 가덕도 동쪽 해상의 수심만 최대 30m에 연약지반은 45m에 달한다. 어업계의 한 관계자는 “가덕도 동쪽의 ‘새바지항’의 이름 자체가 이 일대 어민들이 ‘샛바람’으로 부르는 동풍(東風)을 받는 곳에서 유래한 지명”이라고 했다. 실제로 지난 2020년에는 가덕도 북쪽의 부산신항 5부두에 초속 26m의 돌풍이 불어닥쳐 컨테이너 30여개가 통째로 무너지는 사고도 있었다.

자연히 이에 따른 시공상의 어려움은 물론, 비용증가는 필연적이다. 국토부가 밝힌 가덕도 외해에 길이 3500m 활주로 1본을 갖춘 인공섬 공항을 건설하는 데 드는 비용은 13조7000억원. 이는 사전타당성 조사 때 가덕도 육해상에 활주로를 걸치는 방안(D안)의 총사업비 13조3000억원에 비해서도 4000억원가량 많다. 부산시가 호언장담했던 7조5000억원에 비해서는 무려 2배 가까운 금액이다.

태풍이나 예기치 못한 지진해일(쓰나미) 시 강풍과 파도에 의해 공항 자체가 침수되거나 기능이 마비되는 등의 어려움도 예상된다. 인공섬 공항이 내만에 위치할 경우, 주변 지형이 어느 정도 바람과 파도를 막아줄 수 있다. 외해에 위치할 경우 방파제에 해당하는 지형지물을 찾기가 쉽지 않다. 오사카 간사이공항만 해도 오사카만 안에 있는데도 2018년 9월 태풍 ‘제비’가 내습했을 때, 활주로와 주기장이 침수됐다. 인공섬과 육지를 연결하는 도로·철도 복합교량에 강풍에 휩쓸린 유조선이 충돌해 기능이 마비되기도 했다.

국토부가 제시한 조감도에 따르면, 가덕도 동쪽 외해의 인공섬에는 활주로

1본과 주기장, 탑승동이 배치되고, 여객터미널과 주차장 등 각종 지원 시설은 가덕도 남쪽 국수봉을 깎아낸 곳에 자리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가덕도 본섬과 인공섬은 교량으로 이어진다. 한데 이 지역은 가덕도 서쪽의 부산신항과 진해신항(건설 예정), 동쪽의 부산항(북항 등)을 오고 가는 대형선박이 많아 선박안전이 특별히 주의되는 곳이다.

한편 국토부가 가덕도신공항 완공시점을 2035년경으로 예상하면서 부산시의 ‘2030 부산엑스포’ 유치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당초 부산시가 가덕도신공항 조기조성을 요구했던 까닭은 2030년 부산에 유치할 계획인 엑스포였다. 정작 전 세계 방문객들을 처리할 공항은 엑스포를 다 치르고 난 5년 뒤에나 완공되는 셈. 항공업계의 한 관계자는 “2030 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해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의 제안대로 기존 김해공항에 V자형 활주로를 한 개 더 놓는 식으로 확장하는 방법”이라며 “아니면 부산엑스포 유치 시점을 가덕도신공항의 예상 완공시점인 2035년에 맞춰 5년 뒤로 미룰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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