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월 서울 중랑구의 한 아파트로 이사한 박모(23)씨는 요즘 유튜브에서 ‘맹견 소리’ ‘강아지 짖음 방지 소리’ 같은 영상을 검색하고 있다. 박씨의 옆집엔 4인 가족이 작은 강아지를 키우며 사는데, 최근 강아지 짖는 소리가 너무 커졌다. 그 집 가족들이 모두 나가고 나면 홀로 남은 강아지가 하루 종일 시끄럽게 짖어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라고 했다. 박씨는 “몇 번이나 이웃집에 말해도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유튜브에서 맹견 짖는 소리라도 틀어놔야 할지 고민”이라고 했다.
국내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1500만명에 달하는 등 강아지와 같이 사는 이가 많아지면서 이른바 ‘층견(犬) 소음’ 갈등이 곳곳에서 커지고 있다. 층견 소음은 층간 소음에 ‘개 견(犬)’ 자를 붙인 말로, 강아지로 인한 소음을 뜻하는 신조어다. 아파트 같은 공동주택에 사는 사람이 많아 가뜩이나 층간 소음 문제가 여전한데, 반려인 인구까지 늘면서 도시의 소음 문제가 증폭되고 있다.
대전광역시 서구의 한 빌라에 사는 김모(31)씨는 1년 넘게 강아지가 내는 소리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김씨의 윗집에는 30대로 보이는 남녀가 강아지 3~4마리와 함께 사는데, 이 강아지들이 시도 때도 없이 짖어대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다. 강아지가 대리석 위를 타닥타닥 돌아다닐 때 발톱이 바닥에 긁히는 소리가 나는 것이 김씨에게는 ‘망치 소리’보다 크게 들린다고 한다. 그는 “처음에는 윗집 사람들이 ‘죄송하다’고 하더니 점점 ‘법대로 하라’며 적반하장식으로 나와 화가 난다”고 했다.
또 지난 2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반려견을 키우는 한 주민이 이웃들에게 항의받자 자신의 집 현관문 앞에 붙인 안내문이 화제가 됐다. “최대한 초저녁부터는 강아지가 안 짖게끔 관리하고 있다” “서로 간에 양보가 없으면 싸움밖에는 없다”는 내용이 적혀있어서다. 네티즌 사이에서는 “적반하장 아니냐”는 반응이 나왔다. 반면 반려인들 사이에서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문화가 확산해 일반적이 된 데다, 동물을 조용히 시키는 것에 한계가 있는 만큼 어느 정도 관용적인 문화가 확산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현행법상 ‘강아지 소음’의 정의가 무엇인지조차 마련돼 있지 않는 등 사회에서 층견 소음 갈등이 늘어나고 있는데 비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장치는 거의 없다시피하다고 지적한다. 층간 소음의 경우 ‘공동주택 층간 소음의 범위와 기준에 관한 규칙’ 등에 따라 정의된다. 예컨대, 발소리 등 직접 충격 소음은 주간에 1분간 평균 43dB을 넘거나 57dB 넘는 소음이 1시간 이내에 3번 이상 발생하면 층간 소음으로 인정된다. 이런 기준이 있는데도 시민들 사이에서는 “실질적으로 갈등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다. 반면 강아지 소음은 기준조차 없다. 법적인 ‘소음’에 포함되지도 않는다. ‘소음·진동관리법’에서 소음은 ‘사람의 활동으로 인해 발생하는 강한 소리’로 정의하고 있어서다.
해외에서는 개가 짖는 것을 소음으로 규정해 층견 소음 갈등을 관리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호주의 경우 개와 고양이가 내는 소음을 ‘반려동물법’에 따라 규제한다. 예컨대, 개가 소음을 발생시킨다는 점이 인정되면 벌금을 매긴다. 미국 매사추세츠주의 경우, 지나치게 짖는 개는 동물 주인에게 주정부가 개선 조치를 명령할 수 있고, 동물 주인이 이를 위반하면 그 개를 압류할 수 있다. 이진홍 건국대 반려동물법률상담센터장은 “영국은 개 짖는 소리도 소음 분쟁의 하나로 다루고 있다”면서 “우리도 법에 기준을 명확하게 해 주민들끼리 분쟁을 해결할 수 있게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