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늦은 시간 만취한 채 벤츠 차량을 몰다 공사 중이던 60대 인부를 치어 숨지게 한 30대 여성이 항소심에서 감형받았다.
서울동부지법 형사항소3부(재판장 허일승)는 6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위험운전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권모(32)씨에게 징역 7년이던 원심을 깨고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했다.
권씨는 작년 5월 24일 오전 2시쯤 서울 성동구 성수동의 한 LPG 충전소 앞 도로에서 2호선 콘크리트 방음벽 철거 작업을 하던 60대 인부를 치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사고 당시 차량 속도는 시속 148km였다. 권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88％로 면허 취소 수준이었다. A씨는 사고를 당한지 10분만에 사망했다.
이날 재판부는 “(권씨가) 여러 차례 솔직한 감정을 담아 반성문을 제출했으며 유족들에게 사죄의 마음을 표현해 유족들도 처벌 불원서를 제출한 점을 참작했다”며 “(윤창호법 위헌 결정에 따라) 공소장 변경이 이루어져 처벌 범위가 달라진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이른바 ‘윤창호법’은 2018년 부산 해운대구에서 만취 운전자가 몰던 차량에 치여 숨진 윤창호씨의 사망 사건을 계기로 개정된 도로교통법을 가리킨다. 음주운전 금지규정을 2회 이상 위반한 사람을 가중처벌하도록 정한 조항이다. 그러나 작년 11월 헌법재판소는 이 법을 위헌으로 결정했다. 과거 음주운전과 재범 사이 아무런 시간적 제한 없이 가중 처벌을 하도록 한 것은 옳지 않다는 취지였다.
작년 11월 1심 재판부는 “(권씨는) 유족과 피해자 당사자로부터 용서 받지 못했고, 음주운전으로 인한 벌금형 형사처벌 전력이 있어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며 징역 7년을 선고했다. 권씨는 2020년에 음주운전으로 벌금 4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은 적이 있다.
권씨는 이날 재판 내내 눈물을 흘리다가, 선고 직후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며 재판부를 향해 인사한 후 법정을 퇴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