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에서 득점왕을 차지한 손흥민(토트넘)이 26일 국내 최대 회계법인인 삼일회계법인을 방문했다. 이 소식은 손흥민이 회계법인 관계자들에게 박수 갈채를 받으며 법인 사무실에 입장하는 짧은 영상이 여의도 금융권을 중심으로 확산하며 알려졌다.
손흥민이 웃는 얼굴로 서울 용산 회계법인 사무실에 들어서자, 복도 양 옆에 줄지어 선 직원들이 연신 ‘쏘니(Sonny·손흥민 별명)’를 외치는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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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부트 들고 온 지 이틀 만에 회계사 찾아간 쏘니, 왜?
지난 24일 EPL 득점왕 트로피인 ‘골든부트(golden boot·황금신발)’를 들고 금의환향한 손흥민이 귀국 이틀 만에 회계사를 만나러 간 이유는 뭘까. 업계에 따르면 그는 삼일회계법인이 대리한 지난해 종합소득세 신고분 등을 확인하기 위해 법인 사무실을 찾은 것으로 전해졌다.
해외에서 활약하는 운동선수에게 부과되는 우리나라 소득세는 꽤 복잡한 문제다. 현행 소득세법은 ‘국내 거주자’에게 납세 의무를 지운다. 여기서 거주자란 ‘국내에 주소를 두거나 183일 이상의 거소(居所)를 둔 개인’이다.
상당 기간을 해외에 체류하는 월드스타의 경우, ‘국내 거주자’로 볼 수 있는지가 핵심 쟁점이 된다. 세무당국은 선수가 국내에 생계를 같이하는 가족이 있는지, 국내 소득 현황은 어떤지, 국내 자산을 어떤 목적으로 보유 중인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세금을 거둔다.
성실한 납세자로 알려진 손흥민은 영국 뿐 아니라 우리나라 국세청에도 매년 종합소득세 신고를 하고 있다. 손흥민의 연봉은 1000만파운드(약 160억원). 언론 보도에 따르면 손흥민은 지난해 상반기 광고 모델료로 36억원을 벌었다. 상반기 연봉 79억원을 합산하면 지난해 1~6월에만 115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그간 손흥민은 FIFA와 스포츠 브랜드 뿐아니라 자동차(볼보), 금융(하나금융), 식음료(CJ제일제당·농심·빙그레·코라콜라), 시계(태그호이어), 통신사(SK텔레콤), 샴푸(TS), 면도기(질레트), 안마의자(바디프랜드) 등 다양한 영역에서 광고 모델로 활약해왔다.
한 유명 스포츠 에이전트는 “‘국민 영웅’으로 사랑받는 손흥민이 세금 몇 푼 아끼겠다고 꼼수를 피웠다간 여론의 역풍은 물론, 미래의 광고 수입에서도 큰 손해를 볼 수 있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제대로 자기 관리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2020년 손흥민이 창출한 경제적 파급효과는 1조9885억원으로 추산된다. 지금은 몸값이 더욱 치솟은 만큼, ‘손흥민 효과’ 역시 그에 비례할 것으로 예상된다. ‘납세의 의무’ 또한 무거워지겠지만 말이다. 왕관을 쓴 자는 그 무게를 견뎌야 하는 법이다.
◇호날두·메시까지…축구 스타의 탈세 범죄, 해외에서 더 시끌?
사실 전세계 축구 선수들의 ‘탈세’ 의혹은 매년 끊이질 않는 문제였다. 영국 회계법인 ‘UHY 해커 영’의 2020년 자료에 따르면, 영국 국세청(HMRC)에서 탈세 조사를 받은 축구 선수는 2019-2020 시즌에만 246명에 달했다. 2018-2019 시즌 87명에 비해 3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였다.
포르투갈 축구 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레알 마드리드에서 뛰던 당시, 2011~2014년 영국 버진 제도에 있는 회사를 이용해 초상권 수익에 대한 세금 1470만유로(약 186억원)를 포탈한 혐의로 재판을 받았다. 2019년 스페인 법원은 호날두에게 1880만 유로(약 242억원)의 벌금형과 집행유예 23개월을 선고했다.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파리 생제르맹) 역시 탈세 사실이 발각돼 곤혹을 치렀다. 메시는 2007~2009년 유령회사(페이퍼컴퍼니)를 설립, 초상권 수입 416만유로(약 55억원)에 대한 세금을 탈루한 혐의로 2016년 스페인 법원에서 징역 21개월을 선고받았다. 다만, 스페인에서는 세금 문제로 24개월 미만 징역형을 선고받은 ‘초범’의 경우 집행이 유예되기 때문에, 감옥살이를 피했다. 당시 메시는 법정에서 “나는 아무 것도 모른 채 축구만 했을 뿐이다. 내가 아는 것은 스폰서들과 계약을 했다는 사실일 뿐”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2000년대 스페인 프로축구 라리가는 고연봉 선수들에게 사실상 ‘조세 도피처’로 통했다. ‘베컴법’으로 불리는 파격적인 세제 혜택 때문이었다. 베컴법은 2003년 스페인 정부가 외국 기업의 투자를 돕기 위해 만든 법이다. 자국 사업자는 수입의 43%를 세금으로 내야하지만, 외국인 사업자는 25%만 내도록 했다. 이에 개인사업자로 분류되는 축구선수들도 25%를 냈다.
영국 축구 스타 데이비드 베컴(은퇴)은 2003년 6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영국)에서 레알 마드리드(스페인)로 이적하면서 축구선수로서 이 법의 첫 수혜자가 됐다. 이후 스페인으로 이적한 많은 선수들이 베컴법의 보호 아래 고액 연봉을 누렸지만, 베컴법은 2014년 12월 폐지됐다. 현재 글로벌 선수들은 스페인 국적 선수와 똑같은 세율(최대 52%)을 적용받고 있다.
당초 호날두와 메시의 탈세 혐의는 축구 전문 폭로 사이트 ‘풋볼리크스’가 해킹으로 취득한 자료를 바탕으로 폭로한 것이었다. 귀국 직후 제 발로 회계사부터 찾아간 손흥민. 풋볼리크스는 적어도 ‘쏘니’에 대한 감시는 멈춰도 될 것 같다.
#STORY 조선일보 한경진 기자
#VIDEO 스튜디오광화문 이예은 PD·김민석 인턴PD
#유튜브 바로가기 ① [EP.10] 영국도 주목하는 손흥민과 브라질 맞대결, 이번 경기가 역대급인 이유 https://youtu.be/M3RN7GWNO3Y
② [꼰랑이] 손흥민이 한국 오자마자 간 곳은? #쇼츠 #shorts 영상 보기 https://youtu.be/A9lIeUu5rmE
(※귀여운 호랑이 캐릭터 ‘꼰랑이’는 유튜브 ‘라인업 LineUp’ 채널의 쇼츠 영상 진행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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