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후 3시쯤 서울 중구 시청역 8번 출구 앞. 숭례문에서 시청역 방면의 5개 차로가 통제되고 ‘효순 미선 20주기 반미자주 노동자대회’라는 문구가 적힌 단상이 설치돼 있었다. 이 단상 앞에 앉은 이들은 ‘불평등한 한미관계 바꿔내자’, ‘이땅은 미국의 전쟁기지가 아니다’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있었다.
이 집회는 민주노총이 2002년 6월 미군이 모는 50t 장갑차에 치여 숨진 효순·미선양의 20주기를 기리는 ‘반미 집회’를 연다며 주관한 것이다. 당시 14살이었던 신효순·심미선 두 여중생은 2002년 6월 13일 오전 10시 45분, 경기도 양주군 광적면 56번 지방도로에서 친구 생일을 축하하러 가느라 갓길을 걷다가 미 2사단 캠프 하우스 소속 44공병대의 가교(架橋) 운반용 장갑차에 깔려 즉사했다.
민주노총 측은 “이 사건은 불평등한 한미관계의 본질을 드러낸 것”이라며 “이런 불평등한 관계가 20년이 지난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다”고 했다. 집회 참여자들은 “종속적인 한미관계 끊어내자”, “주한미군 몰아내자” 등의 구호를 외쳤고, 일부 인원은 머리에 ‘단결 투쟁’이라고 적힌 빨간색 머리띠를 두르고 있기도 했다.
이날 집회에 참여한 이들은 사드 반대, 주한미군 반대 등을 외쳤다. 오후 3시 15분쯤에는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이 단상에 올라 발언을 하기도 했다. 양경수 위원장은 “한반도의 평화는 위태로워지고 있고, 미국에 대한 종속성은 심화되고 있다”며 “20년 전 미국을 반대하며 들었던 촛불을 이제는 횃불로 키워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집회 참여자는 “사드는 강대강의 군사적인 대결만을 확장시킨다”며 “미국이 우리나라를 떠날 때 반드시 사드를 갖고 떠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오후 4시부터는 민주노총, 한국진보연대, 전국농민회총연맹 등 진보단체들로 구성된 ‘전국민중행동’이 같은 자리에서 추모제를 이어갔다. 이들도 “효순미선 20주기를 맞아 불평등한 한미관계를 재정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