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더덕을 수입하는 박모(53)씨는 지난 6일 인천항에 도착한 20t 규모 더덕을 5일째 컨테이너에서 꺼내지 못해 속이 탄다. 박씨의 냉장 창고는 인천항과 불과 2km 남짓한 거리에 있어 차로 5분이면 옮길 수 있지만 화물차를 못 구하고 있다. 지난 7일 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가 총파업을 하면서 화물차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가 됐다. 박씨는 “더덕은 일주일만 지나면 썩기 시작해 한시가 급한데, 다음 주쯤이면 다 썩어서 못 팔 거 같다”며 “어렵게 구해온 더덕을 보지도 못하고 들인 돈 7000만원을 그대로 날리게 생겼다”고 했다.
화물연대가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한 지 나흘째 되는 10일, 각종 산업 분야 피해가 생기는 가운데 도·소매상 등 경제 최일선의 자영업자들도 타격을 받고 있다. 해외에서 농산물 등을 들여와 판매하는 수입업 종사자들도 항구에 물건이 묶여 애를 태우고 있다.
서울 노원구에서 주류 도매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홍모(40)씨는 지난 4일부터 6일까지 3일 동안 매일 경기 이천의 한 공장까지 왕복 160km를 다녔다. 원래 서울 곳곳의 식당 등에 배달해주던 소주나 맥주를 경기 이천시의 주류 공장을 통해 받아왔는데, 총파업 이후 물건이 아예 오질 않게 됐다고 했다. 그는 “새벽부터 물건을 가지러 가야 되니 직원 8명에게 추가 근무 수당을 줘야 하고, 기름값에 통행료까지 내야 해 손해가 막심하다”며 “그래도 거래처를 유지하려고 울며 겨자 먹기로 버티는 중”이라고 했다.
서울 송파구 가락시장에서 수입 농산물을 파는 최성재(24)씨는 나흘 동안 200만원의 적자를 봤다고 했다. 최씨는 “수입된 물건을 받지 못하니 거래처인 식당과 학교에 납품을 못해 매출은 아예 없는 상황에서 인건비 등 고정비용만 계속 나가 피가 마른다”고 했다.
물건을 국내·해외 도매상 등에게 파는 업체들도 매출에 타격을 입긴 마찬가지다. 제주도에서 축산업체를 운영하는 전모(36)씨는 총파업이 시작된 후 주문량이 절반으로 줄었다고 했다. 냉동·냉장 상태로 배송해야 하는 제품을 판매하는데, 제주에서 육지까지 배송하는 길에 문제가 생길까봐 걱정하는 고객이 많다고 한다. 부산시에 텔레비전 부품을 만드는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우리 물건을 실을 컨테이너를 운반해 줄 화물차가 없어 수출 길이 막히고 있는 상황”이라며 “파업이 계속되면 생산까지 줄여야 될 판”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