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소속 조합원들이 2일 오후 서울광장과 숭례문 일대에서 주최 측 추산 6만여명이 참여한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뉴스1

2일 오후 2시쯤 서울 중구 지하철 2호선 시청역 인근. 배달 음식을 실은 오토바이가 빨간색 경광봉을 들고 길 안내를 하고 있던 경찰 앞에 멈춰섰다. 오토바이 운전자는 핸드폰을 가리키며 “이곳에 가야하는데, 이 길로는 갈 수 없는 거냐”는 취지로 물었다. 운전자는 한숨을 푹 쉬고 다시 시동을 걸어 경찰이 안내해준 방향으로 출발했다. 이날 서울 도심에서는 민주노총의 대규모 집회로 서울 중구 일대 도로가 통제되면서, 이렇게 시민들이 불편을 겪는 풍경이 곳곳에서 연출됐다.

민주노총은 2일 오후 서울 도심에서 조합원 6만명(주최 측 추산)이 참여한 대규모 집회를 벌였다. 민주노총 산하조직인 공공운수노조, 건설노조, 서비스연맹 등은 오후 12시쯤부터 시청 인근에서 사전 집회를 진행했고, 오후 3시 20분쯤 사전 집회를 한 조합원들을 포함해 전국 각지에서 조합원 6만명이 세종대로와 서울광장 일대로 집결해 본집회를 시작했다.

2일 민주노총 전국노동자대회 참가자들이 서울 용산구 삼각지역 인근에서 정리 집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집회로 인근에서는 교통 혼잡이 벌어졌다. 세종대로 왕복 8차로 중 6개 차로가 통제되는 등 도심 곳곳의 도로가 통제됐기 때문이다. 특히, 시청 교차로부터 광화문역까지는 한 개의 차선만 통행이 허용돼, 모든 시내버스가 우회해야 하는 등 혼선이 빚어졌다. 이에 일부 시민들은 승용차의 창문을 내리고 짜증을 내는 모습도 보였다.

또, 이날 가족 나들이나 데이트 등을 위해 시청쪽을 찾은 시민들도 대규모 집회에 당황하는 모양새였다. 이곳을 찾은 시민들은 ‘빨리 가자’며 발걸음을 재촉했고, 집회 소음에 귀를 막으며 걷기도 했다. 이날 오후 4시쯤 아들 둘과 함께 시청역 근처 서울광장의 분수대를 찾은 임모(36)씨는 “아이들이랑 시간을 보내려고 왔는데 이렇게 사람이 많을 줄 몰랐다”며 “당장 집에 가고 싶지만 아이들이 놀고 싶어하니, 물만 적시고 집에 갈 예정”이라고 했다.

2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 광장과 세종대로 일대에서 열린 2022 민주노총 전국노동자대회 참가자들이 대통령 집무실 근처인 삼각지역까지 행진하고 있다. 2022.7.2/연합뉴스

이번 집회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민주노총이 주도하는 첫 대규모 집회다. 이들은 “윤석열 정부의 반노동 친재벌 정책을 규탄하기 위해 모였다”고 했다. 양경수 위원장도 이번 집회에 참여해 “위기 때도, 위기를 벗어난 때도 늘 채워지는 것은 재벌, 부자들의 곳간 뿐이었다”며 “(윤석열 정부는) 비정규직이 천만인데 단 한마디 말도, 아무런 대책도 없다”고 주장했다. 또, 이날 집회에 참여한 조합원들은 ‘노동자는 죽어난다’, ‘물가폭등 못살겠다’라고 적힌 피켓 등을 들었다. 이들은 오후 4시 30분쯤 집회를 마치고, 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서울 용산구 삼각지역까지 행진을 시작했다.

민노총 측 조합원 3만여명(주최 측 추산)은 1시간이 넘는 시간동안 행진을 진행해 오후 5시 45분쯤 삼각지역에 도착한 뒤 자체적으로 해산했다. 하지만, 행진으로 삼각지역 인근 도로도 통제돼 시민들은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또, 통제된 도로 근처의 인도 또한 3만명에 달하는 노조원이 몰려 일반 시민들의 통행이 어렵기도 했다.

앞서 경찰은 민노총 측에 집회 금지를 통고했지만, 서울행정법원이 참가 인원, 행진 경로 등 조건을 달아 집회를 일부 허용했다. 행진 참가 인원은 3만명으로 제한할 것, 버스 전용 차로는 침범하지 말 것 등의 조건이다. 또, 행진 구간을 1회에 한해 최대한 신속하게 통과해야 하며 행진 시간이 끝나는 오후 6시 30분에는 즉시 해산해야 한다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