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현지 시각) 튀르키예(터키) 이스탄불에서 출발한 인천공항행 대한항공 여객기 KE9956편이 엔진 고장으로 중앙아시아 아제르바이잔 공화국에 비상착륙했다. 당시 이 비행기에는 승객과 승무원 등 200여 명이 타고 있었지만, 부상자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에 따르면 이날 사고는 이륙 후 1시간 50분 만인 오후 8시 14분(한국 시각 10일 오전 2시 14분) 항공기의 2개 엔진 중 오른쪽 날개 아래쪽 2번 엔진이 심한 진동과 함께 불꽃을 일으키면서 발생했다. 곧바로 2번 엔진 작동을 중단시킨 기장은 가까운 공항으로 항로 변경을 알리고 약 2시간 후 아제르바이잔 바쿠 공항에 착륙했다. 대한항공 측은 “공항에 대기 중인 소방차가 출동했으나, 추가 화재나 피해는 없었다”고 밝혔다. 승객들은 임시 입국 비자를 받아 인근 호텔로 이동, 대체 항공편을 기다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가 난 뒤 비상착륙하기까지 2시간 동안 승객들은 죽을 수도 있다는 공포에 떨었다.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SNS)에는 당시 상황을 담은 영상, 글들이 속속 올라왔다. 승객들은 “손이 떨리고 토할 것 같다” “비행기가 너무 심하게 흔들린다”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기장이 “위험한 상황이 진행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며, 항공기가 안전한 상태로 운항하고 있다”, “조종석에서 현재 같은 사안이 반복(확인)되고 있기 때문에 항공기가 바쿠 공항에 안전하게 착륙한 이후 제가 직접 안내해 드리겠다”고 승객들을 안심시키는 모습도 담겼다. 비상착륙 이후 “바다에 빠져 죽는 줄 알았다”거나 “스마트폰에 유서를 쓰고 가족들의 손을 잡고 있었다” 등 당시 아찔했던 상황을 전한 승객도 있었다.
이날 KE9956편에는 승객 215명과 승무원 10명이 탑승해 있었다. 이 비행기는 유럽 에어버스사 A330-200 기종으로, 대한항공이 1998년부터 중·장거리 노선에 투입해 왔다. 문제를 일으킨 엔진은 미국 프랫 앤드 휘트니사의 PW4000 엔진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은 KE9956편(A330-200 기종)이 비상 착륙한 아제르바이잔 바쿠의 게이다르 알리예프 국제공항에 동일 기종 KE2901 임시편을 투입해 승객들을 인천으로 데려오기로 했다. 현지 시각 10일 오후 8시 35분쯤 출발해 한국 시각 11일 오전 9시 5분쯤 인천에 도착할 예정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임시편에 대한항공 정비사들을 보내 불꽃이 튄 오른쪽 2번 엔진을 포함해 기체 전반을 점검하기로 했다”며 “비상 착륙으로 인한 항공편 지연 등에 대한 보상도 절차에 따라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