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금속노조 소속 거제·통영 조선 하청지회가 19일까지 48일째 경남 거제 옥포조선소 1독(dock·배를 만드는 작업장)을 무단 점거한 가운데, 민주노총과 좌파 단체들이 이들을 지원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반면, 조속히 불법 점거를 풀고 대우조선해양을 정상화시키라는 거제 지역 주민과 대우조선 직원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무단 점거에 반대하는 거제 시민들과 대우조선 직원들은 지난 17일부터 정부기관에 ‘민원 릴레이’를 시작했다. 시민·직원 1020여 명이 참여한 카카오톡 익명 채팅방 ‘대우조선해양을 지키는 모임’에는 온라인 국민신문고나 지역 관공서, 법무부와 경찰청 등에 민원을 접수시킨 것을 인증하는 사진이 이날까지 100여 건 올라왔다. 이들은 무단 점거에 반대하는 ‘인간띠 잇기’ ‘리본 달기’ 행사도 진행했다.
반면,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등 외부 단체들은 잇달아 하청노조 파업 지원에 나섰다. 지난 18일 오후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은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거제시 대우조선 서문에서 하청노조를 지지하는 미사를 열었다. 민변과 천주교전국연합 등 60여 개 시민사회단체들로 구성된 ‘7.23 대우조선 하청노동자 희망버스’(희망버스) 측은 19일 서울 영등포구 산업은행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는 23일 오후 3시 거제 대우조선해양 서문 앞에서 집결하겠다고 밝혔다. 서울과 경기 화성시, 강원 강릉시 등 24개 도시에서 총 2000여 명이 버스를 타고 옥포조선소 일대에 모일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른바 ‘희망버스’는 지난 2011년 부산 한진중공업 사태 등 노사 분규 현장에 등장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사태가 거제시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한진중공업 사태와 비교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대우조선 관계자는 “거제시 인구 약 24만명 가운데 대우조선에 직간접적으로 종사하는 인구는 8%에 달하고 가족까지 고려하면 비율은 훨씬 커진다”고 했다. 거제 시민 박대원(48)씨는 “제 주변 거제 시민들 대부분은 지금 파업을 부정적으로 보는데 희망버스 등이 이런 시각을 오히려 더 키울 것”이라고 했다. 거제시 일운면에 사는 이정희(68)씨는 “그게 무슨 희망버스인가. 우리는 절망버스라고 부른다”며 “동네 사정 잘 모르는 사람들 우르르 와서 난리 치는 것 그만 보고 싶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