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0억원이 넘는 경제적 피해를 남긴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의 불법 파업 사태가 51일째인 22일 극적으로 타결됐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최대 규모의 불법 파업에 공권력 투입까지 검토되는 위기 국면을 맞았지만 가까스로 파국을 피했다.
하청 노조와 협력사협의회는 이날 오후 4시 30분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서 협상 타결을 발표했다. 양측은 원청인 대우조선해양과 원청노조(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의 중재로 지난 16일부터 임금 인상률과 노조 활동 보장, 파업 손실에 대한 민·형사 책임 문제를 놓고 날 선 공방을 벌였다. 막판에 노사가 의견을 좁히면서 협상 7일 만에 전격 합의가 이뤄졌다. 노사는 관계자들에게 내용을 설명한 뒤 조만간 최종 합의문에 서명할 방침이다.
잠정 합의문에는 임금 평균 4.5% 인상, 설·추석에 각 50만원, 여름휴가비로 40만원 등 총 140만원의 상여금을 내년부터 추가 지급하기로 하는 등의 임금 인상안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협상 막판까지 쟁점이 된 민·형사 문제는 사측이 노조 핵심 지도부 5명에 대해서만 소송을 제기하는 것에 의견 접근을 이룬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노사가 협상을 타결하면서 지난달 22일 1독(dock·배를 만드는 작업장)에서 가로·세로·높이 각 1m인 철제 구조물에 들어가 입구를 용접한 채 점거 농성을 해온 하청지회 부지회장 유모(40)씨도 점거를 풀기로 했다. 김형수 하청지회 지회장은 “유씨 건강이 안좋은 상태”라며 “협상이 최종 타결되면 유씨를 나오게 해 병원으로 이송할 계획”이라고 했다.
협상 기간 내내 일촉즉발의 분위기가 이어졌다. 하청 노조는 지난달 2일 파업을 시작했고, 초대형 유조선(VLCC) 건조 작업이 한창이던 옥포조선소 1독을 점거했다. 조합원 6명은 유조선 블록의 15m 위 구조물에 올라가 고공 농성을 벌였고, 노조 부지회장 유씨는 지난달 22일부터 유조선 바닥 위에 가로·세로·높이가 각각 1m인 철제 구조물에 들어간 뒤 입구를 용접으로 막아 스스로를 가뒀다. 유서도 써 놓은 상태였고, 휘발성 물질인 시너도 들여놨다. 다른 조합원들은 독 안으로 다른 사람들이 접근하지 못하게 주변 길목을 지켰다.
상황은 급박했다. 지난 14일 정부 담화문을 시작으로 정부 압박이 본격화됐다. “기다릴만큼 기다렸다”는 윤석열 대통령 발언도 나왔다. 협상에 별다른 진척이 없자 정부 내에서 ‘공권력을 투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경찰 진입 가능성이 실제로 높다는 점과 오는 23일 조선소 휴가가 시작돼 파업이 더 이상 효과를 발휘하기 어렵다는 점도 노조를 계속 압박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