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릿하다.
지난달 오전 9시 30분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다세대주택 반지하 방에 들어섰을 때, 기자를 맞이한 건 단백질이 썩는 냄새였다. 현관에 들어서자 흥건한 핏자국을 덮은 수건과 이불 더미가 눈에 들어왔다. 며칠이 지났는지 이미 바짝 말라 있었다. 한 사람이 겨우 지날 수 있을 정도, 폭 1m 남짓한 복도 겸 주방 앞에서 이 집 주인은 머리에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숨졌다고 한다.
냉장고 옆 앉은뱅이 식탁. 간장과 후추, 빈 종이 그릇과 컵, 그리고 빈 소주병 2개가 놓여 있었다. 밥 먹을 때마다 보였을 냉장고 옆면에는 진료접수증 여러 장이 차곡차곡 붙어 있었다. 냉장고 안에는 얼린 물과 동치미 두 통이 들어 있었다. 안방 세간살이는 TV와 거울, 전기장판이 전부, 이부자리 옆 바구니엔 약봉지가 수북했다. 창고처럼 쓰이는 작은 방엔 옷들이 가지런히 정리돼 있다. 조금 전까지 사람이 살았던 것처럼 잘 정리된 집이었다.
죽은 사람은 60대 남성. 왜 숨졌는지, 언제 숨졌는지도 불분명하다. 썩는 냄새가 나서 문을 열어본 집주인이 처음 발견했다. 시신은 경찰이 처리했고, 이날은 집주인이 특수청소업체에 유품과 뒷정리를 의뢰한 날이다. 현장에 나온 청소업체 직원이 말했다. “대개 가족이 없거나 연락해도 오지 않아요. 그러니까 집주인이 자기 돈 들여 청소를 맡기는 겁니다. 주인 입장에선 세를 놓아야 하니까...”
혼자 살다 혼자 떠난 ‘고독사’ 현장은 외롭다. 다 비슷해보이지만, 사연이 같은 죽음은 없다. 극단적 선택을 한 현장도 그렇지만, 50~60대 홀로된 남자들이 생을 마감한 현장은 더욱 그렇다. 특수청소업체 ‘결벽우렁각시’ 구찬모 대표는 “지병으로 쓰러졌는데 집에 아무도 없어서 구조가 안된 어르신들 댁을 갈 때면 참 마음이 무겁다”며 “유품을 정리하다 보면 외로움에 떨었을 고인들의 일상이 고스란히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달 기자가 다른 특수청소업체와 함께 찾은 경기 구리시의 한 30평대 아파트, 서울 강북구의 한 반지하 방도 50~60대 남성들이 홀로 생을 마감한 현장이었다. 구리시의 60대는 연락을 끊고 지내던 딸이 의뢰해 청소를 하러 갔으나, 경찰 수사가 끝나지 않아 발길을 돌렸다. 강북구에서 숨진 50대는 유족이 나타나지 않아 집주인이 청소를 의뢰했지만 현장에서 취소했다. 월세방 보증금이 100만원인데, 청소 견적이 150만원이었다.
◇5060 무연고 사망, 자살...남성이 월등히 높다
더불어민주당 김원이 의원실이 보건복지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홀로 죽음을 맞는 ‘무연고’ 사망자 수는 2018년 2447명에서 지난해 3603명으로 4년 만에 1.4배가 됐다. 성별로 보면 남성이 여성보다 3배 가량 많았다. 특히 50~60대는 남성이 여성보다 적게는 6배에서 많게는 10배까지 많았다. 무연고 사망은 해를 거듭해 증가 추세다.
◇돈 없어 가정에서 퇴출? 그건 아니다
전문가들은 50~60대 남성이 고독사에 가장 취약하다고 진단한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연령대가 높은 남성들의 고독사는 우리 사회 가부장제의 반작용”이라며 “가부장제에서 남성의 권위는 경제력에서 나오는데, 나이가 들어 경제력을 잃는 순간 가족 관계, 사회 관계가 급격히 무너지면서 소외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극단적 선택도 50~60대는 남성이 여성보다 3배 가량 많다.(2020년 통계 기준) 정 교수는 “자살을 포함한 고독사는 결국 인간관계의 단절과 고립에서 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정부가 경제력을 잃고 홀로 사는 사람들끼리 커뮤니티를 만들어주거나 지자체의 가정 방문 서비스 등을 확대해 사회의 일원으로서 소속감을 갖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