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국회사진기자단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측은 지난 18일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허위 사실 유포) 사건의 공판 준비 기일에서 배심원들이 참여하는 국민참여재판을 거부했다.

이 대표는 지난 3월 20대 대선에서 47.83%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윤석열 대통령(득표율 48.56%)과 박빙의 승부를 펼쳤다. 그런 그가 일반 시민으로 구성된 배심원들을 상대로 무죄를 호소하는 전략을 택하지 않은 데 대해 법조계에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대표는 성남시장 재직 때는 대장동 사업 실무를 맡은 고(故)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업처장을 몰랐다고 허위 발언을 한 혐의로 지난달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백현동 용도 변경 특혜 의혹’에 대해 “국토부 협박으로 용도 변경을 했다”는 허위 발언을 한 혐의로도 기소됐다.

국민참여재판은 배심원 5~9명이 법적 공방을 지켜본 뒤 유·무죄 평결을 내리고 적정 형을 토의하면 재판부가 이를 참고해서 판결을 선고하는 재판 제도다. 배심원은 재판부, 검찰, 변호인 측이 배심원 후보들이 편견을 가지지는 않았는지 살핀 뒤 선정한다. 한 부장판사는 “배심원 의견은 구속력이 없지만, 재판부가 배심원 의견을 따르지 않을 경우 판결문에 이를 자세하게 설명해야 된다”며 “정치적·국민적 관심이 많은 사건은 배심원 의견을 재판부가 뒤집기 어렵다”고 했다.

이 대표 사건을 두고 한 법조인은 “국민 참여 재판은 감성에 호소하는 경우가 많아 국민 절반의 지지를 받았던 이 대표에게 유리할 수도 있다”며 “그런데 이를 거부한 것은, 특히 김문기씨를 몰랐다고 한 부분에 대해 배심원을 상대로도 무죄를 호소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민주당 이재명(맨 오른쪽) 대표가 성남시장이던 2015년 호주·뉴질랜드 9박 11일 출장 기간에 고 김문기(맨 왼쪽)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1처장, 유동규(가운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함께 찍은 사진. /이기인 국민의힘 경기도의원 제공

이 대표 공소장에 따르면, 리모델링 관련 사회운동을 하던 당시 변호사였던 이 대표는 2009년 6월 한 건설사에서 분당 지역 등의 리모델링 업무 등을 맡은 김씨를 알게 됐다. 이 대표는 성남시장 시절, 2013년 성남도개공 입사 후 대장동 사업 실무를 맡던 김씨로부터 7차례 대장동 사업 관련 보고를 받았고, 김씨에게 대장동 사업 공로로 성남시장상을 수여했다는 내용도 공소장에 적시됐다. 이 대표가 호주·뉴질랜드 출장을 갈 때 김씨도 함께 간 사진 등도 언론에 보도됐다.

차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이 대표가 검찰에 ‘다섯 줄 미만’ 서면 답변서를 보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진술 거부권이란 방어권을 행사한 점도 있겠지만, 논리가 빈약해 그 정도 답변에 그친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한 변호사는 “혹여나 이 대표에게 불리한 배심원 구성이 이뤄질 수도 있는 점을 고려했을 것 같다”며 “국민참여재판으로 더 이목을 받고 싶지 않기 때문이라고 추측한다”고 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경우 자녀 입시 비리 등 11가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사건에서 국민참여재판을 거부하기도 했다. 그는 교수 시절 “국민참여재판은 민주주의의 기본이자 진보 정치의 발판”이라며 이 제도를 지지했다. 반면, 서울 강서구 재력가 살인 청부 사건으로 무기징역 확정 판결을 받은 김형식 전 서울시 의원 재판의 경우 김씨 측의 요구로 국민참여재판이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