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29일 발생한 제2경인고속도로 방음터널 화재로 사망한 이모(32)씨가 사고 2주전쯤 어머니와 나눈 메시지. /유족 제공

3일 오전 11시 경기도의 한 납골당에 딸 이모(32)씨의 유골함을 품에 꼭 끌어안은 어머니 염모(61)씨가 들어섰다. 흰 천에 싸인 이씨의 유골함이 지난 2021년 사망한 남편의 유골함 옆자리에 놓이자, 염씨는 “네가 여길 오면 안 되는데, 널 어떻게 보내니”라며 “차라리 속이나 썩이고 가지. 사랑하는 딸, 아빠랑 잘 있어”라며 흐느꼈다.

이날 이 납골당에선 이씨의 봉안식이 열렸다. 그는 지난달 29일 경기 과천 제2경인고속도로 방음터널 화재 사고로 숨진 5명 중 한 사람이다. 그가 오는 7월 결혼을 앞둔 예비 신부였던 것이 3일 뒤늦게 알려졌다. 사고 당일에도 경기 성남시에 있는 가구점에 들러 신혼집에 둘 소파를 보고 일산 본가로 돌아오는 길이었다고 한다.

새해에 예비 신랑과 살림을 합칠 계획이었던 이씨는 행복한 결혼 생활에 대한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다고 한다. 이씨의 친구 김모(33)씨는 “친구가 ‘이제 인생 2막 시작이다. 아이 낳아서 정말 잘 키울 거다’라고 말하곤 했다”고 이씨를 기억했다. 어머니 염씨도 “결혼 앞두고 해준 게 없는 것 같아 500만원을 주면서 ‘TV라도 사라’고 했더니, ‘엄마 딸로 낳아줘서 감사하다. 잘 살겠다’고 말하는 살가운 딸이었다”고 했다.

하지만 사고 당시 가족들에게 터널 안에서 연기가 나는 영상을 찍어 보내고, “연기가 너무 심해서 조금 늦을 것 같다”는 전화를 한 게 이씨의 마지막이었다고 한다. 그가 가족들에게 보낸 영상에는 검은 연기가 방음터널 내부를 가득 채우고 있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최근 본지와 만난 유족들은 “방음터널 화재 사고는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인재(人災)’다. 안전 대책을 마련해 비슷한 사고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게 해달라”며 정부와 지자체 등이 철저하게 후속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씨의 친오빠는 “터널을 지을 때 대피로라도 하나 만들어 놓았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분통을 터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