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근 전 더불어민주당 사무부총장이 지난해 9월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photo 뉴시스

각종 청탁 대가 및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정근 전 더불어민주당 사무부총장이 검찰 수사를 받던 지난해 8월과 9월 연이어 두 건의 부동산을 목사 출신인 자신의 후임 지역위원장과 한 교회 법인에 넘긴 것으로 확인됐다. 권리를 넘겨받은 지역위원장과 교회법인의 대표목사는 동일 기독교 단체서 오랜 기간 함께 활동해왔다. 이를 두고 지역 정치권 내에서는 이 전 부위원장이 검찰 수사에 따른 재산 동결을 염두에 두고 자신 소유의 부동산 일부를 제3자에게 위탁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현재 이 전 사무부총장은 2019년 12월부터 2022년 1월까지 각종 사업·인사 관련 청탁 명목으로 사업가 박모씨로부터 수십 회에 걸쳐 9억4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또 21대 국회의원 선거가 있던 2020년 2〜4월에는 박씨로부터 선거 비용 명목으로 3억3000만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 등도 있다. 일부 겹치는 자금을 고려하면 총 수수액은 10억원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이 전 사무부총장을 지난해 9월 8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기소한 데 이어 10월 19일 알선수재 및 정치자금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지난해 12월에는 10억원에 상응하는 이 전 사무부총장 재산에 대한 추징보전을 청구했다.

검찰이 이 전 사무부총장을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우선적으로 불구속기소한 뒤 알선수재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하는 데에는 약 40여일 정도 걸렸다. 그런데 이 기간에 속하는 지난해 9월 29일, 이 전 사무부총장 측은 배우자 박모씨 명의의 서울 반포동 소재 아파트를 두고 지역구인 서초갑에 있는 대한예수교장로회 산하 한 교회와 14억원의 전세계약을 맺었다. 채권팀에서 오랫동안 일해온 한 신탁사 관계자는 “전세권 설정을 할 경우 계약기간 동안 전세권자 권리가 우선되다 보니 국가나 개인으로부터 압류가 들어와도 전세금에 상응하는 재산은 채권자가 건들 수 없다”며 “이렇게 종교법인과 거액의 전세 계약을 맺는 데에 의구심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라고 평했다.

이 계약이 정상적인 절차로 이뤄졌는지 여부는 불분명하다. 지난 1월 4일 기준 이 전 사무부총장과 배우자 박씨 소유 아파트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박씨의 주민등록상 주소는 여전히 이 아파트인 것으로 나타난다. 이곳에 교회 관계자들이 아직 실거주하고 있지 않다는 점을 가정한다면, 양측이 굳이 지난해 9월 서둘러 임대차 계약을 맺은 이유 또한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사 중 연이어 체결된 부동산 계약

이 전 사무부총장 측이 소유하고 있는 또 다른 부동산인 서울 양재동 빌라의 경우 지난해 8월 9일 자신의 후임으로 취임한 신임 민주당 서초갑 지역위원장인 최씨와 ‘소유권이전가등기’를 설정하는 내용의 계약이 체결됐다. 소유권이전가등기는 향후 부동산을 넘겨줄 수 있다는 내용의 일종의 담보 계약이다. 이 빌라는 2007년 이 전 사무부총장이 4억6000만원에 매입했다. 개별주택가격으로 보면 이 부동산은 2022년 1월 1일 기준 7억3500만원, 시세로는 2022년 중순 20억원대까지 올랐다가 현재 10억원대로 하락한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이 부동산에는 총 2억2000만원의 근저당권이 설정돼 있고, 2022년 이 전 사무부총장에게 금품을 제공한 혐의를 받는 사업가 박씨 측이 신청한 9억2000만원가량의 가압류도 걸려 있다. 근저당, 가압류를 고려하면 사실상 ‘깡통’으로 평가받을 여지가 큰 매물인데, 후임 위원장인 최씨가 돌연 지난해 8월 이 빌라의 소유권을 가질 수 있다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한 셈이다. 최씨가 신임 지역위원장으로 선출된 건 빌라를 매입하기 직전인 지난해 7월 말이다.

서초갑 내에선 이런 둘 간의 계약을 두고 지역위원장직과 관련한 ‘대가성’ 부동산 계약을 맺은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일찍부터 팽배했었다. 계약 시점이나 가압류·근저당권 등 부동산 매물 조건 등을 고려했을 때 매각되기 어려운 부동산인데 사실상 최씨가 부동산을 잠시 맡아주거나 부동산을 매개로 이 전 사무부총장에게 자금이 지급된 것 아니냐는 관측에서다. 이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이 전 사무부총장 측이 서울 반포동 아파트까지 서둘러 전세로 내놓은 점은 두 사람의 부동산 거래가 단순한 대가성 여부를 넘어 검찰의 재산 추징을 피하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운 대목이다. 이 계약이 체결된 후 검찰의 재산 추징보전 청구가 이뤄졌다. 법원이 향후 재판 결과에 따라 검찰의 청구를 인용하더라도 이미 빌라에 최씨의 소유권이전가등기가 걸려 있어 검찰의 추징보전 청구권이 우선될 수 있을지 여부는 알 수 없다.

신탁사 관계자는 이 계약 내용을 두고 “채권자로부터 압류가 들어올 것을 염두에 두고 재산 반환이나 세금 납부를 피하려 할 때 이렇게도 한다”며 “채권자는 가등기를 한 일종의 예비 소유권자(최씨)로 인해 부동산을 건드리지 못하고, 원소유자(이 전 사무부총장)는 향후 압류 관련 사건이 끝나고 다시 돌려달라 할 수 있는 근거도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서초갑 지역의 한 민주당 관계자는 “당시 이 전 사무부총장의 지위나 입김만으로도 서초갑 신임 지역위원장 선출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다”며 “그 뒤 이뤄진 부동산 소유권 이전 계약 과정에서 둘 간의 자금 흐름이 어떻게 되는지 들여다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과거 최씨가 앞서의 서울 양재동 아파트 계약을 맺은 교회 대표목사와 평화통일연대, 통일비전캠프 등 기독교 단체서 함께 활동했던 점도 석연치 않다. 최씨는 현재 한 세무회계법인 대표직을 겸하고 있다. 이 전 사무부총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등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도 이 전 사무부총장과 최씨 간의 부동산 거래 사실을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치권 안팎에선 이 전 사무부총장과 사업가 박씨가 지금의 검찰 수사를 지난 대선 전후로 일찍이 예상하고 이런 거래를 했을 거라고 보고 있다. 이 전 사무부총장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은 대선 직전인 지난해 3월 4일 한 인터넷언론 단신 보도로 구설에 오르기 시작했고, 검찰이 입수한 이 전 사무부총장과 박씨 간 통화 녹취록 또한 주요 언론을 거쳐 ‘이정근 리스크’로 비화됐다. 실제 정권교체가 이뤄지면 그간 둘이 공들인 각종 사업·인사 관련 청탁 정황이 드러날 수밖에 없을 거란 목소리도 진즉 있었다. 실제 박씨는 지난해 5월 “내 돈을 갚지 않는다”며 이 전 사부무총장을 사기죄로 경찰에 고소한 데 이어 대여금 반환 청구 소송까지 제기한 바 있는데, 검찰 수사를 염두에 두고 둘 사이를 채무 관계로 보이게끔 하기 위한 조치였을 것이란 게 법조계의 주된 의견이다. 이 전 사무부총장의 부동산 처분 또한 이런 맥락에서 이뤄졌을 여지가 크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박씨가 이씨 부동산에 가압류까지 건 걸 보면 정권이 바뀐 후 둘 사이가 실제 틀어져 박씨가 돈을 다시 달라고 한 것일 수 있지만, 그 의도가 무엇이든 이 전 사무부총장은 박씨한테든 검찰한테든 재산을 지켜야 하는 상황이었다”라고 지적했다. 박씨 측은 지난해 12월 언론을 통해 “근저당권 설정 문제도 이 전 부총장 측이 ‘집을 가져가라’고 제안했는데 알아보니 12억원도 안 되는 집이었다”라고 밝힌 바 있는데, 여기서 밝힌 ‘집’은 앞서의 서울 양재동 소재 부동산으로 추정되고 있다.

교회 “목사들 위한 사택마련 차원”

이와 관련해 서울 반포동 소재 아파트에 대한 14억원 규모 전세 계약을 맺은 교회 측은 “우리 교회에 스물아홉 분의 교회 목사님들이 계신데 규정에 따라 전세를 맺고 사택을 얻어 드리고 있다”며 “그것도 그런 경우일 것이며, 그 아파트를 택한 건 당에서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양재동 소재 빌라에 대한 소유권이전가등기를 설정한 최씨는 이 전 사무부총장으로부터 재건축 요청을 받은 데 따른 조치라는 입장이다. 최씨는 주간조선에 다음과 같이 해명했다. “당초 당에서 선거를 앞두고 2주택자는 공천에서 배제한다는 규칙을 정했다. 여기서 임대주택은 주택 수에 포함하지 않다 보니 이 전 사무부총장이 나에게 본인이 소유했던 주택을 임대주택으로 재건축해달라 요청했다. 예전부터 가족이 살던 곳이라 팔기 모호하다 했다. 그래서 각종 계약서를 작성하고 자금은 자금대로 투입하며 재건축을 진행했는데, 그러던 중 사업가 박씨 측으로부터 가압류가 걸리더라. 이대로 가면 나만 돈 꼬라박는 게 되니까 안전장치 해달라 했다. 그래서 설정한 게 소유권이전가등기일 뿐이다.”

자신이 서초을에서 서초갑으로 지역구를 변경한 이유에 대해선 “서초갑이 워낙 싸움도 많고 해서 이 전 사무부총장이 안 싸우는 사람이 왔으면 하길 바랐다. 서초갑 분들하고 친분도 있고 내가 목사 출신이다 보니 그의 권유로 접수 마감 1시간 앞두고 지역위원장직에 지원했다”라고 설명했다.

이 전 사무부총장의 변호인 측은 서울 반포동 소재 아파트 전세 계약과 관련해선 “모른다”면서도 “서울 양재동 빌라의 경우 재건축을 하려 했고 그 과정에서 기존 임차인들을 내보내야 했는데 당장 돌려줄 임차보증금이 없다 보니 돈이 필요하여 (최씨와) 가등기를 맺었을 것이다. 가압류도 들어오니 (최씨 입장에서) 이에 대한 보증 같은 것도 필요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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