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당국이 새마을금고와 신협을 대상으로 기획감독을 실시한 결과 직장 내 괴롭힘, 성희롱, 성차별이 다수 확인되고 비정규직을 차별하는 등 노무관리에도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회식 장소에서 ‘백허그’를 하고, 여성이라는 이유로 가족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등의 사례가 적발됐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 새마을금고 37곳, 신협 23곳 등 총 60곳을 대상으로 불법·부조리 근절을 위한 기획감독을 실시한 결과를 5일 발표했다. 지난해 대전 유성구 구즉신협, 전북 남원시 동남원새마을금고에서 발생한 성추행과 성차별적 갑질 사건을 계기로 실시된 기획감독이다.
감독 결과 새마을금고·신협 사업장 60곳은 모두 노동관계법을 위반했다. 적발된 노동관계법 위반 행위는 총 297건이다. 사업장 1곳당 5건꼴이다. 고용부는 신고사건이 접수되거나 감독 청원이 들어오는 등 감독 필요성이 높은 기관을 우선 고려해 대상을 선정했다.
직장 내 괴롭힘과 성희롱 사례는 총 5건 적발됐다. 한 사업장에서는 상무와 과장 등 다수의 직장 상사가 여직원이 성적 수치심을 느낄 수 있는 발언과 신체 접촉을 반복했다. 여직원 머리를 쓰다듬거나 손을 만지고, 볼을 꼬집었으며, 회식 장소에서 백허그를 했다. “무슨 생각을 하길래 머리가 많이 길었냐” 등의 발언도 있었다.
다른 사업장에서는 지각한 직원에게 사유서를 작성하게 하면서 부모의 확인 서명을 요구했다. 또 상사가 직원의 아버지에게 전화해 직위해제(해임)시키겠다고 큰 소리를 질렀다. 욕설·폭언을 당해 신고한 직원을 해고하는 징계를 내린 곳도 있었다.
사업장 13곳에서는 합리적 이유 없이 비정규직 근로자를 차별하고, 여성 근로자만 차별했다. 정규직 근로자에게만 복리후생 규정을 적용하고, 기간제 근로자에게는 체력단련비와 가족수당 등을 지급하지 않은 사례가 확인됐다. 또 남성 직원에게는 연간 50만원의 피복비를 지급하면서 여성 근로자에게는 지급하지 않은 곳이 있었다. 여성 직원이 세대주이지만 가족수당을 지급하지 않은 곳도 있었다.
사업장 44곳은 연장근로수당과 퇴직금, 주휴수당 등 9억2900만원의 임금을 체불했다. 체불 피해자는 829명이었다. 영업시간 이전에 조기 출근을 하거나 금융상품 특판 기간에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하지 않았다.
임신 중 근로자에 대해 시간 외 근로를 시키는 등 모성보호 규정을 제대로 준수하지 않은 곳은 총 15곳이었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사용자는 임신 중인 여성 근로자에게 시간 외 근로를 하게 해서는 안 된다. 또 임신 중이거나 산후 1년이 지나지 않은 임산부에게는 평일 오후 10시부터 오전 6시까지의 시간과 휴일에 근로를 시킬 수 없다.
이밖에 사업장 3곳은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임금을 지급했고, 23곳은 성희롱 예방교육을 실시하지 않았다. 근로조건 서면명시의무를 위반한 곳은 37곳이었다.
새마을금고·신협 직원 739명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 22.9%가 직장 내 괴롭힘·성희롱을 직접 당하거나 동료의 피해 경험을 알고 있다고 답했다.
한 직원은 직장상사 대학원 레포트와 논문 대필, 자녀 학교 숙제 대필, 부부 중 한 명 퇴사 종용, 개인적인 심부름 등의 일이 있었다고 답했다. 다른 직원은 여직원에게만 커피 심부름과 설거지를 시킨다면서 “한 번 감사가 온 적 있는데, 그때는 감사 눈치를 본 건지 남직원에게 커피 심부름을 시켰다”고 답했다.
고용부는 직장 내 괴롭힘·성희롱 사례에는 사법처리와 과태료 부과, 가해자 징계 요구 등의 조치를 했다. 또 법 위반 사항은 시정 결과를 철저하게 확인할 예정이다. 고용부는 이번에 기획감독을 벌인 새마을금고·신협 60곳이 모두 노동관계법을 위반한 만큼, 상반기 내에 추가 기획감독을 실시하고 감독 대상 사업장을 늘려나갈 계획이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중소금융기관 조직 문화가 변할 때까지 집중적으로 근로감독을 할 것”이라면서 “미래세대인 청년을 비롯한 취약계층의 노동권 보호를 위해 직장 내 괴롭힘과 같은 불법·부조리를 반드시 근절해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