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필을 보고 마음에 들면 쪽지 한번 보내보는거지. 언제 답장이 올까 기다리면서 이 나이에도 가슴이 두근두근 한다니까.”
충북 충주에 사는 신모(75)씨는 요즘 매일 같이 데이팅어플에 접속하고 있다. 25년 전 부인과 사별한 신씨는 인터넷광고를 보고 이 앱에 가입해 ‘물레방아’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하고 있다. 신씨는 “혼자 살다보니 외로워 앱에 가입하게 됐는데 연애도 하고 친구도 사귀고 있다”며 “작년에 만났던 60세 여성은 꼭 마음에 들어서 네 번정도 찻집에서 만나 데이트를 했는데 이사를 가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헤어졌다”고 했다.
2030세대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이성만남 어플을 통해 황혼 연애를 시도하는 고령층이 늘고있다. 코로나 시기 어르신 전용 콜라텍 등 ‘만남의 장소’들이 문을 닫은데다, 베이비붐 세대가 고령층에 진입하면서 이들 세대 스마트폰 보급률이 크게 늘어난 영향이다. 6일 서울시가 발표한 노인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65세 이상 남녀 3010명 중 ‘스마트폰을 사용한다’고 답한 비율은 83.7%에 달했다.
실제로 지난달 12일 기자가 한 이성만남 어플에 접속하자 5분 만에 쪽지 10여개가 날아왔다. ‘온달신사’ ‘만사형통’ 등 연배가 느껴지는 닉네임을 클릭해보니, 쪽지를 보낸 사람 중 절반이 넘는 6명이 66세~75세의 고령층이었다. 2일 이 어플에 다시 접속하자 ‘1분 내로 접속 중인 회원’ 70여명 중 27명이 65세 이상이었다. 이 중 남성이 20명, 여성은 7명이었다. 이 어플에서 만난 나모(71)씨는 “부인과 이혼한지 30년 됐는데, 나이 때문에 재혼 생각은 없고 마음 맞는 여성과 가볍게 만나보고 싶어 가입하게 됐다”고 했다. 나씨는 “괜찮다 싶은 여성에게서 쪽지를 받으면 설레기도 하고, 꼭 젊을 때처럼 언제 답장이 올까 기다려진다”고 했다.
이런 수요에 장·노년층 전용 이성만남 어플까지 생겨나고 있다. 지난해 10월 출시된 한 어르신 전용 데이팅 어플은 청년층이 주로 사용하는 ‘틴더’ 등 이성만남 어플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50세 이상만 가입할 수 있는 이 어플은 근거리에 거주하는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이성을 추천해주고, 틴더처럼 상대방과 내가 서로 ‘찜’을 했을 경우 채팅을 할 수 있다. 고령층을 대상으로 한 보이스피싱 등을 방지하기 위해 가상 전화번호를 이용해 서로 통화할 수 있는 ‘맞춤 기능’도 있다. 이 어플은 출시 3개월여 만에 황혼 커플 100쌍을 탄생시켰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