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대화도 나눴던 동기인데... 사망 뉴스를 보고 믿기지 않았어요”
15일 오전 12시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안암캠퍼스 민주광장. 가로 6m. 세로 3m의 빨간 천막에는 ‘불의의 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학우들의 명복을 빕니다’ 라는 현수막이 걸려있었다. 가방을 멘 학생 3~4명이 천막을 발견하고는 일제히 걸음을 멈췄다. 고려대 총학생회 측은 이날부터 지난 12일 교통사고 화재로 숨진 고려대 스키동아리 학생 5명을 추모하기 위한 교내 분향소 2곳을 마련했다. 분향소는 오는 21일까지 운영될 예정이다.
이날 분향소에는 방학 기간임에도 학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12시부터 2시간동안 20여명이 분향소를 찾아 조문했다. 고개를 숙인 채 두 손을 모으고 묵념을 하던 이모(20)씨는 “사망자 중 한 명과 같은 과 동기”라고 밝혔다. 지난해 입학한 이씨는 “살면서 조문을 해 본 것은 처음인데, 그게 대화도 나누고 추억도 쌓았던 동기의 죽음이라니 기분이 이상하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건축학과에 재학 중인 김모(21)씨는 “코로나가 끝나서 홀가분한 마음으로 스키를 타러 갔을텐데, 마음이 아프다”며 “같은 학교를 다녔던 또래 친구들의 사고 소식이라 더 참담하게 느껴진다”고 했다. 가정교육과 소속 박모(25)씨도 “같은 학교 학생으로서 마음이 좋지 않아 분향소까지 오게됐다”며 “다음 생에 꼭 다시 만나 함께 공부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사고 소식을 전해 들은 교직원과 다른 학교 학생도 분향소를 찾았다. 고려대 직원 임모(53)씨는 “젊은 학생들이 사고를 당해서 마음이 아팠다”며 “고대 구성원으로 조의를 표하는 것이 맞는 것 같아 찾아왔다”고 했다. 고인들이 소속돼있었던 한국대학스키연맹 회원이자 타 대학 스키동아리 주장이라고 밝힌 박모(23)씨는 “고인들과 아는 사이는 아니지만, 분명히 스키를 타면서 한 두번은 마주쳤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니 마음이 편치 않아서 조문을 하러 왔다”고 했다.
한편 숨진 고려대 학생들은 지난 12일 오전 1시23분쯤 강원 평창군 대관령면 인근 도로에서 차량 화재 사고로 유명을 달리했다. 사고 차량은 회전교차로 인근 도로를 주행하다 가드레일을 들이받은 후 불이 붙었는데, 이들은 사고 충격으로 차량 문이 찌그러지면서 탈출하지 못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사고 다음날인 13일 숨진 학생들에 대한 DNA 감식과 부검이 진행됐으며, 현재 정확한 신원과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