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6만1000여 명인 경남 함안군에서 지난 27일 열린 ‘낙화놀이’ 축제에 관광객 5만~6만여 명(경찰·소방서 추산)이 몰려 교통 혼잡과 통신 마비 사태가 빚어졌다. 함안을 찾은 전국 각지의 관광객들은 “최악의 축제” “축제가 아닌 재앙” “낙화 지옥”이라며 불만을 터뜨렸다.
29일 함안군과 경찰 등에 따르면,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은 ‘2만2000명’으로 잡았던 관광객 수요 예측이 빗나갔기 때문이다. 함안군은 당시 뒤늦게 ‘비상’을 걸었지만 역부족이었다. 조근제 함안군수는 축제 다음 날인 28일 공식 사과했다.
지난 27일 오후 함안면 괴산리 입구에 있는 정자 무진정(無盡亭)과 연못 일원에서 ‘제30회 함안낙화놀이’ 축제가 열렸다. 함안 낙화놀이는 함안면 괴항마을에 전해져 온 전통 놀이로, 숯가루를 한지(韓紙)에 말아 불을 붙인 뒤 불꽃이 연못에 떨어지면서 낙화(落火)를 연출하는 함안의 대표적 축제이자 놀이다. 매년 4월 초파일 열리는데, 보통 8000여 명 정도가 관람할 수 있는 규모로 열렸다.
지난해 행사에는 1만여 명이 다녀갔다. 이에 함안군은 올해 행사 면적을 5500㎡(1660여 평)으로 잡고, 1㎡당 4명 정도로 계산해 최대 수용 인원을 2만2000명으로 계획했다. 그러나 예상 인원의 2배가 넘는 5만~6만여 명이 한꺼번에 몰렸다. 함안군 전체 인구(6만1011명·4월 기준)와 맞먹고, 예년 방문객의 5배나 되는 규모였다. 함안군 관계자는 “연휴 첫날인 데다 흐렸지만 비가 오지 않아 나들이하기에 좋은 날씨였고, 축제에 앞서 SNS와 TV 예능·드라마 등에 널리 소개되면서 갑자기 인파가 몰린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하루 경찰에는 교통 혼잡 신고만 228건이 접수됐고, 압사 위험 등 위험 신고 7건, 기타 21건 등도 접수됐다.
함주공원 등 곳곳에 1900여 대 규모의 주차 공간을 마련했지만 턱없이 부족했다. 축제 현장 주변 도로 갓길은 일찌감치 포화 상태가 됐고, 수km 떨어진 도로에 차를 세우고 1시간 넘게 도로를 따라 걸어가는 긴 행렬이 이어졌다. 교통 정체도 상당했다. 무진정을 향하는 일반도로는 물론 함안으로 진입하는 국도와 고속도로까지 정체됐다. 평소 창원시 마산에서 함안 행사장까지 차로 30여 분이면 가는데 이날은 2~3시간이 넘게 걸렸다. 함안군이 행사장까지 운행한 셔틀버스는 무용지물이 됐고, 행사장 일대는 휴대전화·인터넷 등 통신도 먹통이 됐다.
함안군은 오후 5시쯤부터 안전 안내 문자를 보내 ‘입장 통제’와 ‘귀가 요청’을 하기도 했다. 행사장 관리·안내요원으로 공무원과 경찰, 소방, 자원봉사자 등 200여 명을 투입했지만 턱없이 부족했다. 함안군 관계자는 “예상 밖 인파가 몰려 오후 4시쯤 비상 소집을 하고, 유관기관에 추가로 인력을 동원해 요원을 1000명으로 늘렸지만 이조차 역부족이었다”고 했다.
함안군의 미흡한 대처에 함안군청 홈페이지는 비판 글이 잇따랐다. ‘황금 휴일을 망친 최악의 행사’ ‘다시는 함안을 찾지 않겠다’는 내용이 대부분. 인천에서 행사를 보기 위해 함안까지 11시간이 걸렸다는 한 관광객은 “오후 8시쯤 행사장으로 걸어가다가 인파에 숨이 막혀 그냥 왔다”며 “시간과 돈만 잔뜩 버린 휴일이었다”고 했다.
충북에서 온 이승원(38)씨는 “셔틀버스가 오지 않아 아이를 안고 1시간 넘게 걸어 행사장에 도착했는데, 행사장은 인파로 이미 엉망이 돼 제2의 핼러윈 참사가 우려될 정도였다”며 “제대로 보지도 못하고 다시 1시간을 걸어 주차장으로 갔고, 차를 타고 함안을 빠져나가는 데만 2시간 넘게 걸렸다”고 말했다.
조근제 함안군수는 축제 다음 날인 28일 사과문을 냈다. 조 군수는 사과문에서 “전년보다 배 이상인 2만여 명이 관람할 수 있도록 준비를 했지만 예상을 뛰어넘는 많은 인파로 인근 도로망이 마비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며 “행사장 진입이 불가해 낙화놀이를 관람하지 못하고 돌아간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한다. 문제점을 개선해 모든 축제와 행사를 철저히 준비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