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이 최근 중앙집행위원회를 열어 민노총 산하 조직에 ‘양모씨 투쟁 기금’을 모금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3일 알려졌다. 민노총은 지난달 1일 분신해 숨진 민노총 산하 건설노조 소속 간부 양모(50)씨를 ‘열사’로 칭하며 “열사 정신 계승” “윤석열 정권 퇴진”을 내걸고 있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민노총은 최근 공공운수노조 등 각 산하 조직별로 ‘양모씨 열사 투쟁기금 모금’ 공문을 배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문에는 “열사투쟁을 진행하고 있는 건설노조의 투쟁기금이 부족한 상황이다. 열사투쟁기금을 모아주십시오”라는 취지의 내용이 적힌 것으로 알려졌다. 자발적 참여를 독려하고 있지만 일부 노조원들 사이에선 “부담된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건설노조 강원건설지부 소속인 양씨는 지난달 1일 구속영장 실질 심사를 앞두고 춘천지법 강릉지원 앞에서 분신해 숨졌다. 양씨는 작년 4월부터 올 2월까지 강원 지역 공사 현장을 돌며 공사를 방해하고 지연시키는 방법으로 8000여 만원을 갈취한 혐의를 받아 왔다. 양씨는 “억울하다”며 관련 혐의를 모두 강하게 부인해왔다.
건설노조 투쟁 기금이 부족한데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안치된 양씨 빈소 비용이 영향을 끼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4일부터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안치된 빈소는 이날로 31일째 유지중이다. 유족들은 노조에 장례 절차를 위임했다. 양씨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150평대로 하루 비용만 355만원 정도다. 빈소 사용료만 현재까지 1억1000만원 정도다. 여기에 관리비 등을 더하면 현재까지 1억2000만원 가량으로 추정된다.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관계자는 “감면 대상도 아니기 때문에 이 비용을 다 내야된다”며 “노조가 언제까지 빈소를 유지할 것인지에 관해선 병원 측에 아직 알린 바 없다”고 했다. 빈소 비용이 앞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민노총 한 노조원은 통화에서 “양씨의 억울한 죽음을 알리기 위해서라도 빈소를 계속 유지해야된다는 목소리가 아직까지 많다”면서 “취지는 공감하더라도, 언제까지 노조원들의 주머니에서 투쟁 기금을 계속 모을수 있을 지도 염려되긴 한다”고 했다. 민노총, 건설노조는 전국 곳곳에서 양씨 추모제와 투쟁 집회를 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