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검과 대구고검 청사 전경. /대구지검

작년 6월 재개발 아파트 투자금 반환 소송에서 패소한 천모(53)씨가 상대측 변호사 사무실에 불을 질러 7명이 숨진 사건과 관련해, 천씨가 투자했던 사업의 시행 대행사 대표가 횡령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대구지검은 수성구의 한 재개발 아파트 사업 시행 대행사 대표 A(52)씨를 횡령·배임 등 혐의로 기소했다고 5일 밝혔다. A씨의 범행을 도운 분양 대행사 대표 등 3명도 함께 기소됐다.

A씨는 지난 2019년 수성구의 주상복합아파트 신축사업과 관련해 조합이 맡긴 자금 19억6000여만원을 횡령하고, 분양 대행사 대표 등과 공모해 분양 대행 수수료 12억 6000여만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저조한 주상복합아파트 분양률을 올리기 위해 차기 분양시 수분양자들에게 분양 계약금을 빌려주는 혜택을 줄 목적으로 건설사에 30억원을 빌렸다. 하지만 A씨는 이중 19억원 상당을 자기 가족 등의 분양대금으로 쓰거나, 빚을 갚고 사업 비용으로 쓰는 등 횡령했다. 돈을 빌리는 과정에서 아파트 조합원들의 동의는 없었다.

A씨는 또 낮은 분양률 때문에 대주단(조합에 자금을 빌려준 금융기관)에 수수료를 부담하고 할인 분양을 해야하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 마치 일정한 분양률을 달성한 것처럼 상황을 꾸몄다.

A씨는 당시 아파트 조합이사와 분양 대행사 대표 등과 공모한 뒤, 자신이 운영하는 회사 임직원과 지인 등의 명의로 미분양 물건을 분양 신청했다. 이후 분양 대행사 대표로 하여금 조합 측에 분양 대행 수수료를 청구했고, 이를 근거로 A씨와 조합 이사는 신탁사에 수수료 집행을 요청했다. 분양 대행사의 활동없이 이뤄진 분양임에도 신탁사에 분양 대행 수수료를 요구한 것이다. 결국 신탁사는 12억 6000여만원을 이들에게 지급했고, 이 돈은 A씨와 분양 대행사 측이 각각 나눠가졌다.

이와 별도로 A씨가 횡령한 자금 중엔 천씨가 투자한 회삿돈 5500만원 등도 포함된 것으로 조사됐다. A씨 등에 대한 재판은 오는 21일 대구지법에서 열릴 예정이다.

한편 지난 2013년 천씨는 이 사업에 6억 8000여만원을 투자한 뒤 돈을 잃고 A씨 등을 상대로 투자금 반환 소송을 걸었다 패소했다. 이후 지난해 6월 천씨는 A씨가 의뢰했던 변호사 사무실을 찾아가 불을 질렀고 천씨를 포함해 7명이 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