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의약업체 A사의 ‘코로나 신약 임상 승인 로비’ 의혹과 관련해 ‘브로커’ 역할을 한 여성 사업가 양모씨가 지인과 나눈 대화 녹취록을 확보해 수사 중인 것으로 9일 전해졌다. 녹취록에는 A사 강모 이사에게 9억원을 수수했다는 양씨가 ‘더불어민주당 B 의원을 통해 식약처장에게 임상 승인을 부탁했더니 하루 만에 허가가 떨어졌다’고 말하는 내용이 등장한다.
이 의혹은 지난 2021년 말 A사 코로나 치료제의 임상 시험 승인을 둘러싸고 불거졌다. 당시 식약처는 A사의 임상 신청을 반려하다가 입장을 바꿔 받아준 것으로 전해졌다.
본지가 입수한 녹취록에 따르면, 양씨는 지인에게 “보름을 식약처에서 ‘해주겠다, 해주겠다’ 하면서 안 해줘서 골프도 치고 막 그랬다. 그런데도 반려나 보완이 나왔다”며 “그래서 내가 ○○ 오빠한테 얘기해 가지고 식약처장이랑 직접 소통하게 했다”고 했다. 여기서 ‘○○ 오빠’는 민주당 B 의원을 말한다. 양씨는 이어 “(B 의원이) 그 식약처장에게 ‘국부 유출을 막고 이거 잘 좀 처리해 달라. 시간이 중요한 것 같다’는 문자를 주고받은 거를 나한테 캡처해서 보내줬다”면서 “그런데 ○○ 오빠가 ‘너만 갖고 있고 이거를 (다른 사람에게) 발송은 시키지 마’라고 그랬다”고 했다.
양씨는 또 “(A사 측에) ‘○○ 오빠랑 식약처장이랑 문자를 그렇게 주고받았으니까 아마 내일 승인 떨어질 거예요’라고 네 번이나 (연락을) 주고받은 게 있다”면서 “그러고 나서 그다음 날 바로 식약처 승인이 떨어졌다”고 했다.
양씨는 “A사 측이 ○○ 오빠한테 좀 인사치레해 드려야 돼요”라며 “승인이 그다음 날 안 떨어졌으면 A사가 돈 뱉어냈어야 됐어. 67억”이란 말도 했다. 실제로 2021년 10월 한 코스닥 상장사는 코로나 치료제 임상 시험을 승인받는 조건으로 A사에 수십억 원을 투자한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양씨의 말은 당시 임상 승인이 떨어지지 않으면 A사가 투자금을 되돌려줘야 할 상황이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양씨는 평소 지인들에게 B 의원과의 친분을 과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양씨 인스타그램에는 식약처의 임상 승인 이후인 2022년 2월 B 의원 등과 함께 찍은 사진이 올라왔다. 양씨는 “2004년 처음 뵈었던 B 의원님”이라며 “야근 중 B 의원님의 반가운 안부 전화로 ‘무조건 갈게요. 기다려 주세요’라고 했고, 역시나 만나면 기분 북돋아 주시는 두 분”이라고 적었다.
당초 양씨에 대해 서울서부지검 식품의약범죄조사부(부장 박혜영)가 청구한 구속영장은 지난 1일 기각됐다. 법원은 “이미 상당한 증거가 확보돼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까지 하기 어렵다”면서 “(양씨가) 수수한 금전(9억원)의 성격에 관해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현재 검찰은 양씨가 A사에서 수수한 금품의 성격을 보강 수사하는 한편, 녹취록에 등장하는 B 의원과 ‘식약처장’의 역할을 규명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본지는 B 의원의 반론을 듣고자 수차례 연락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당시 식약처장을 지낸 인사는 본지에 “B 의원은 제가 직접 만나본 적은 없는 분이라 통화를 했을지는 모르겠다”며 “기억에 남을 만한 일이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