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튜브 https://youtu.be/c9wb5dZaun8 에서 동영상으로 볼 수 있습니다.

유튜브와 각종 강연회에서 활동하는 유명 역사강사 배모씨가 “현충일은 1949년 6월 6일 반민특위를 습격한 특무대장 김창룡을 기리기 위해 이승만, 이기붕이 제정한 날”이라고 주장했다. 배씨는 또 “김창룡이 안장된 대전 국군묘지가 그해 현충원으로 바뀌었다”고 주장했다. 배씨는 지난 6월 6일 현충일 개그맨 최욱과 방송인 정영진이 진행하는 유튜브 ‘매불쇼’에 나와 이같이 주장했다. ‘매불쇼’는 구독자가 110만명인 대형 채널이다. 이 같은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닌 날조다.

1956년 1월 30일 암살당한 김창룡은 2월 4일 국군장으로 장례식을 치르고 당시 경기도 시흥(현 안양)에 있는 사설묘지에 묻혔다. 1956년 2월 4일자 조선일보는 김창룡 유해가 ‘육군본부 정문을 뒤로 하고 오후 1시 시흥군 안양면 유원지 부근 숭합산 밑 묘소에서 하관식이 엄수됐다’고 보도했다. 배씨 주장처럼 대전 국군묘지가 아니다.

'김창룡이 안양에 안장됐다'고 보도한 1956년 2월 5일자 조선일보.

국립대전현충원은 서울 동작동 국립묘지가 포화상태가 되자 1985년 11월 문을 연 보훈시설이다. 대전현충원에 따르면 안양에 있던 김창룡 유해는 1998년 2월 13일 유족 신청에 따라 심사를 거쳐 이곳으로 이장됐다. ‘국군묘지’, ‘국립묘지’로 불리던 현충원은 1996년 법적으로 ‘현충원’으로 명칭이 바뀌었다. 배씨 주장처럼 1956년 김창룡 안장 직후가 아니다.

6월 6일을 현충일로 정한 근거는 1956년 4월 19일 대통령령 제1145호다. 배씨 주장처럼 이승만과 이기붕이 단독으로 결정한 것이 아니라 1956년 4월 16일 국무회의를 거쳐서 결정된 사안이다. 이는 1956년 4월 서울 동작동에 국군묘지 조성이 마무리되고 이뤄진 후속조치다. 제1회 현충일 행사는 이 동작동 국군묘지에서 열렸다. 국가보훈부에 따르면 고려시대 대(對)거란전쟁 전몰장병 합동제사를 양력 6월 6일 무렵인 망종(芒種)에 지냈고 6·25전쟁이 터진 6월을 기리기 위해 6월 6일을 현충일로 정했다.

배씨는 또 “김구가 죽었을 때도 조문하지 않았던 이승만은 김창룡이 암살당하자 잠옷 바람으로 가서 조문했다”고 주장했다. 배씨는 이를 근거로 “친일파를 기리는 현충일이 말이 되는가”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당시 언론보도에 따르면 이승만은 김창룡 암살 당일 오전 9시 15분 육군특무부대를 찾아 김창룡을 조문했다. ‘잠옷 바람’ 운운은 날조다. 또 1949년 7월 5일자 ‘조선일보’ 등 당시 신문은 이승만은 김구 장례식 마지막 날인 1949년 7월 4일 오전 9시 프란체스카 여사와 함께 경교장에 가서 조문했다고 보도했다.

'이대통령 부부 경교장에 조상'이라고 보도한 1949년 7월 5일자 '조선일보'
'김창룡 암살 당일 오전 9시 15분 이대통령 조문'을 보도한 1956년 1월 31일자 '조선일보'

인터넷에는 이런 허위사실이 진짜 역사처럼 확산되는 중이다. ‘현충일은 친일파 김창룡 기리는 날’을 비롯해 ‘1868년 오페르트가 분묘를 파괴한 이래 흥선대원군 아버지 남연군묘는 폐허로 방치’ ‘1호 검사 이완용이 동학 교주 최시형에게 사형 구형’ 등이 배씨가 퍼뜨리는 대표적인 가짜뉴스다. 이들도 모두 자극적인 내용과 ‘매불쇼’와 배씨의 영향력으로 계속 진실처럼 확산되고 있다. 휴가 중인 국군병사가 견학하면 외출 1일 혜택을 받는 전남 순천의 사설박물관 ‘호남호국기념관’은 오는 6월 24일 배씨를 초청해 ‘태극기 휘날리며 영화 속 역사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역사강좌를 열 예정이다.

배씨가 출연해 이런 주장을 한 유튜브채널 ‘매불쇼’는 구독자가 110만명이 넘는 대형 매체다. 진행자인 개그맨 최욱은 현재 KBS2 TV에서 ‘한밤의 시사토크 라이브’도 진행 중이다. ‘현충일 김창룡 추념일’ 주장을 담은 6월6일 배씨 출연분은 32만 명이 시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