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냉장고 영아시신 사건’과 ‘창원 생후 76일된 영아 아사 사건’에 이어 경남 거제에서도 출생 후 출생신고가 이뤄지지 않은 이른바 ‘유령 아동’이 사망한 사실이 드러났다. 지난 28일부터 2015년~2022년 사이 출생 아동 중 출생신고가 이뤄지지 않은 아동에 대한 전수조사 과정에서다. 사실혼 관계의 부부는 “숨진 아이를 비닐봉지에 싸 인근 야산에 묻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경찰 조사에서 숨진 아이의 엄마에게는 또 다른 자녀의 존재가 확인됐다. 이 중에는 입양을 보냈다는 자녀가 있어 경찰이 실제 입양 여부와 아이의 생사 확인에 나섰다.
경찰은 생후 5일된 아이를 비닐봉지에 싸 야산에 묻은 혐의(사체은닉)로 아이의 부모를 긴급체포해 조사하고 있다고 30일 밝혔다. 경찰은 현재 부모 진술을 통해 아이가 묻혔다는 거제 한 야산에 기동대 등 경력 100여명을 투입해 아이 시신을 찾고 있다. 경찰은 A씨 등이 아이를 묻은 곳으로 밝힌 지역을 중심으로 집중수색을 벌였지만, 오전 수색에서는 아이 시신은 물론 별다른 단서를 찾지 못했다. 시신을 유기한지 약 9개월이 지난 데다, 약 15cm 깊이로 얕게 묻었다는 진술 등을 봤을 때 경찰은 시신이 유실됐을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보고 수색 범위를 확대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특히 최근 며칠 째 많은 비가 내리면서 수색이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은 숨진 아이 시신 수색과 함께 A씨가 출산한 또 다른 아이들에 대한 안전 여부도 확인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A씨가 총 3차례 출산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사실혼 관계의 현 남편 사이에서 지난 2022년 9월 5일 아이를 낳았다. 하지만 이 아이는 생후 5일 만에 불상의 이유로 숨졌고, 부부는 비닐봉지에 싸 거주지 인근 야산에 아이를 암매장했다. 경찰이 현재 수색하고 있는 아이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주거지에 돌아와 잠을 자고 일어나니 아이가 숨져 있었다”며 “화장을 할 경우 비용이 많이 들 것으로 생각하고 아이를 묻어 유기했다”는 취지로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제적 여유가 없어 당초 아이를 입양 보낼 계획이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경찰은 나머지 2명의 아이에 대한 생사 여부를 확인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첫째로 추정되는 현재 2012년생의 아이는 A씨 가족이 돌보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한다. A씨 호적에도 아이가 올려져 있는 상태다. 하지만, 둘째로 추정되는 나머지 한 아이는 A씨가 “입양을 보냈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A씨 호적엔 없어 확인이 필요한 상황이다.
앞서 A씨 부부는 암매장 한 아이에 대해서도 당초 지자체 공무원의 질문에 “출생신고 전 아이를 입양 보냈다”고 둘러댔다. 하지만 공무원의 추궁에 “아이가 사망해 야산에 묻었다”고 진술을 번복했다. 경찰은 A씨가 입양 보냈다는 아이가 실제로 입양이 됐는지, 현재 안전한지 여부 등을 확인할 방침이다. 경찰은 또 A씨 등 부부에 대해 구속영장 신청을 검토 중이다.
한편, 병원에서 태어난 기록은 있으나, 출생신고가 안 된 이른바 ‘유령 아동’에 대한 생사 여부 확인을 위해 경남도가 전수조사에 들어간 지 사흘 만에 남자아이가 사망한 것이 확인됐다. 경남에서는 앞서 지난해 생후 76일 된 출생 미신고 영아가 영양결핍으로 사망한 사례가 드러난 데 이어 두 번째 사망 사례다.
앞서 경남에서는 감사원 표본으로 출생미신고 아동 4명에 대한 생사 여부 확인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중 1명은 지난해 생후 76일 만에 영양 결핍으로 사망한 것이 확인됐다. 미혼모인 친모가 출생 신고를 하지 않았고, 분유를 토하는 등 이상 증세에도 별다른 치료 없이 방치하면서 사망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망 당시 아이의 몸무게는 2.5kg으로, 갓난아기보다도 말랐다. 아이의 친모는 아동학대치사 혐의 등으로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나머지 3명은 이후 출생신고가 이뤄졌거나, 해외 출국, 타 시·도 거주 등의 사실이 확인됐다.
경찰청에 따르면 30일 오전 기준으로 지자체가 출생 미신고 아동과 관련 수사를 의뢰한 게 25건이다. 이 중 10건은 종결하고, 15건은 계속 수사 중이다. 부산, 경기 시흥, 인천 계양, 전북 전주, 충남 청양, 충북 충주 등 최근 수사 의뢰 건을 포함한 수치다. 지금까지 13명의 아동은 소재가 확인됐는데, 5명은 사망, 7명은 여전히 소재가 불분명한 것으로 나타났다. 내달 7일까지 지자체 전수조사가 이어지는 만큼 경찰 수사도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