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용인시에서 2015년 3월께 태어난 아기를 친부와 외할머니가 함께 살해, 유기한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이 지난 6일 오후 시신이 유기된 것으로 추정되는 용인시 처인구 양지면 소재 한 야산에서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 /경기남부경찰청

정부의 ‘출산 후 미등록 영유아’ 2123명에 대한 전수 조사가 10일 대부분 마무리됐다. 경찰은 전국 지자체로부터 1069건의 수사 의뢰를 받았고, 이 중 939건을 수사 중이다. 감사원 감사로 밝혀진 2015~2022년 출산 후 미등록 영유아 2123명의 44%가량이 수사 중인 셈이다.

경찰이 수사 의뢰를 받은 1069건 중 소재가 확인된 건 253명이며, 782명은 여전히 행방이 불분명하다. 지난 7일까지 전국에서 영아 34명의 사망이 확인됐다고 경찰은 밝혔다. 이 중 11명에 대해선 살해 등 범죄에 연루됐을 가능성을 두고 수사 중이다.

지자체가 경찰에 의뢰할 수사 건수는 앞으로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보건복지부는 출생 미신고 영아 2123명에 대한 지자체의 전수조사 결과를 취합하는 대로 다음 주 초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조사 결과는 당초 이르면 12일 발표될 것으로 예측됐으나 일부 지자체의 전수조사가 아직 마무리되지 않아 발표가 연기됐다. 전국 지자체들은 아이 생사가 불명확한 사례가 추가 발견될 경우 경찰에 적극적으로 수사를 의뢰한다는 방침이다. 우종수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은 “전수조사 이후에도 수사에 착수할 유의미한 첩보나 신고, 제보가 있다면 당연히 수사할 것”이라고 했다.

지역별로는 서울청 수사가 205건으로 가장 많다. 경기남부경찰청(183건), 인천청(71건), 경남청(51건), 부산청(47건) 순이다. 서울에선 2015년과 2016년 관악구 일대에서 두 영아가 사망한 것으로 확인돼 관악경찰서가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있다. 이들 영아는 출생 직후 건강이 좋지 않아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고 바로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아이 사망 진단서 등을 확보했고, 친부모와 의료진을 상대로 진술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했다. 경기 이천에서도 신생아가 병원 치료 도중 사망한 사실을 파악하고 경찰이 친부모를 상대로 사망 경위를 조사 중이다.

충북경찰청은 범죄 혐의가 의심되는 2건에 대해 추가 조사에 나섰다. 충주에선 2015년 아기를 출산한 뒤 외국인 부부에게 불법 입양을 보낸 혐의로 40대 미혼모가 조사를 받고 있다. 미혼모는 아이를 넘기면서 금전적 대가는 받지 않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아이와 양부모는 미국에서 지내는 것으로 파악됐다. 2년 전 음성에서 아이를 출산한 20대 친모는 서울의 한 베이비박스에 아기를 유기했다고 진술했지만, 구체적인 장소와 관련해선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까지 아이 소재는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은 혐의 입증에 결정적인 증거인 ‘영아 시신’ 수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부모 진술을 바탕으로 시신을 발견한 건 지난 6일 김포 한 텃밭에서 아기 백골 시신을 7년 만에 찾아낸 것이 유일하다. 체구가 작은 영아 특성상 빠르게 부패하고, 유기 추정 장소가 사람 손길이 잘 닿지 않는 야산 등이기 때문에 사실상 발견하기가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일부 부모는 경찰 수사 과정에서 말을 뒤집고 있다. 향후 재판 과정에서 이들에 대한 유죄 판결을 끌어내기가 쉽지 않으리란 전망도 나온다. 범행을 입증할 유력 증거인 시신이 없으면 피의자 진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측면이 크기 때문에 아이를 살인한 건지, 방치(아동학대치사죄 적용)로 숨진 것인지 구분하기 어렵다고 한다.

경기남부경찰청은 10일 경기 용인시에서 벌어진 장애 영아 살인·매장 사건과 관련해 시신 수색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지난 6일부터 중장비, 탐지견 등을 투입해 경기 용인시 처인구 양지면 야산 일대를 두 차례 수색했지만 시신을 발견하지 못했다. 부산경찰청은 “2015년 부산 기장군 한 야산에 생후 8일 된 영아를 유기했다”는 친모 진술을 토대로 수색을 벌였지만, 시신을 찾지 못했다. 아이를 유기한 위치가 정확하게 특정되지 않을뿐더러 도로 신설 등으로 지형에 변화가 있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경기남부경찰청은 2019년 4월 대전의 한 병원에서 남자 아기를 출산한 뒤 한 달여 뒤 대전 한 하천변에서 아기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20대 친모 A씨를 지난 7일 검찰에 구속 송치했다. A씨는 진술을 여러 차례 번복하다가 지난 2일 구속된 이후에야 아기를 살해했다고 자백했다. 경찰은 가족과 주변인 진술 등을 토대로 A씨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해, 기존 아동학대치사 혐의를 살인 혐의로 변경해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은 아직까지 영아 시신을 찾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