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 대치동 학원가 ‘마약 음료 시음’ 사건의 주범으로 지목됐던 이모(26)씨가 중국에서 검거됐다. 경찰청은 한국 국적인 이씨가 지난 5월 24일 중국 공안에 체포된 사실을 확인해 국내 송환을 추진하고 있다고 12일 밝혔다.

이씨가 주도한 이번 사건은 지난 4월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일대에서 일어났다. 학원가 학생들을 대상으로 ‘기억력 상승 집중력 강화 메가 ADHD’라고 적힌 음료를 나눠주는 시음회가 열렸고 100여 병이 살포됐는데, 이 음료에 마약 성분이 첨가돼 있었다. 이씨 등은 학생들에게 마약 음료를 먹인 뒤 부모들에게 “자녀가 마약을 복용했다”고 협박 전화를 걸어 돈을 뜯어내려고 했다. 중국에 체류 중이던 이씨는 국내 범행 실행책들에게 필로폰과 우유를 섞은 마약 음료를 제조하게 했고, 아르바이트생들에겐 학생 대상 ‘마약 시음회’를 연 혐의를 받는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사건 직후 이씨 등 주범이 중국에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검거에 협조해달라는 내용의 친서를 중국 공안부에 보냈다. 경찰은 이번 범죄가 중국발 보이스피싱 수법과 일치한다고 보고 중국의 배후 조직을 추적 중이었다.

경찰은 이씨가 중국에 머물며 이번 사건을 주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씨가 중국에서 범행에 사용된 음료 용기, 포장 박스 등을 국내로 보냈고 이를 국내에 있는 다른 공범이 받아 필로폰이 들어간 음료를 만들었다는 게 지금까지 수사 결과다. 경찰은 이씨 외 다른 공범 2명이 중국에 머물고 있으며 중국 공안부와 협력해 이들의 소재를 추적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인 국적인 공범 2명은 아직 검거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공안은 이씨 검거 사실을 밝혔지만 이씨 송환 날짜에 대해선 아직 통보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보이스피싱 조직원으로 알려진 이씨가 여러 보이스피싱 범죄에 연루됐기 때문에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는 게 중국 공안의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중국 내 공범 2명이 아직 검거되지 않은 만큼, 중국 공안과 긴밀하게 협조할 예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