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류명열 김해시의회 의장, 홍태용 김해시장, 배현주 시의원, 배 의원의 부모와 자녀. /김해시

지난 2019년 폭우 속에서 직원 2명을 구하려다 숨진 배현주 경남 김해시의원의 남편이 의사자(義死者)가 됐다.

김해시는 18일 홍태용 김해시장이 의사자로 인정된 고 안준호(당시 28)씨의 배우자 배현주(34·국민의힘·비례) 김해시의원에게 의사자 증서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4월 21일 ‘2023년도 제2차 의사상자심사위원회’를 열어 배 의원의 남편 고(故) 안준호씨를 의사자로 인정했다. 안씨가 사망한지 약 4년 만이다. 의사상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은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위해에 처한 다른 사람의 생명·신체·재산을 구하려다 숨진 사람을 의사상자로 인정해 숭고한 뜻을 기리고 예우한다. 의사자 유족은 보상금, 의료·장제·교육 등 예우를 받게 된다.

고인은 지난 2019년 7월 31일 오전 8시 24분쯤 서울시 양천구 빗물 저류 배수시설 확충공사 현장에서 빗물에 휩쓸려 숨졌다. 당시 폭우로 인해 수문이 자동 개방돼 공사현장 터널 내부로 다량의 빗물이 유입됐다고 한다. 당시 협력업체 직원 2명이 지하 배수터널 점검을 하고 있었다. 이들을 대피시키고자 내려간 사람이 현대건설 직원이던 안씨였다. 하지만 안씨 등 3명은 터널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모두 목숨을 잃었다.

고인의 아내인 배현주 김해시의원은 안씨와 9년 연애 끝에 2018년 결혼했다. 신혼생활 1년여 만에 안씨가 숨지고 나서, 열흘이 지난 후 임신 사실을 알았다. 아이는 올해 3살이 됐다. 배 의원은 지난 6·1지방선거에서 시의원에서 당선했다. 남편을 잊지 않고자 지난해 4월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남편 이름으로 5년간 1억원 기부 약정을 한 바 있다.

최근 배 의원은 시의회 정례회 본회의에서 ‘저는 기후위기의 피해자입니다’라는 제목의 5분 자유발언을 통해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알려 화제를 모았다. 배 의원은 “2019년 7월 31일 장마가 끝났다고 했던 시점에 폭우가 원인이 된 산업재해로 제게 전부였던 남편을 떠나보냈다”며 “출근할 때만 해도 비가 오지 않았는데 한 시간여 만에, 그것도 서울 한복판에서 사고가 났다”고 했다. 이어 “남의 일로만 생각했던 것이 제 일이 됐고, 이 사고의 근본 원인은 극심한 기후변화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며 “우리 모두는 ‘기후위기’의 한복판에 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후위기는 미래의 일일 뿐 아니라 우리 세대의 일이고 기상이변이 일상화된 지금 이미 우리 모두는 기후위기의 피해자이다. 우리 세대에서 이 위기를 끊어내지 않으면 우리 자녀들의 미래는 없다”며 기후위기에 대한 적극적인 대처를 제안했다.